우리나라에 망나니나 사약이 있었다면 기요틴(길로틴)은
프랑스에서 고통없이 끝내는(?) 처형장비로 유명합니다.
단두대의 이슬이라는 표현에서 단두대가 바로 기요틴으로
특히 프랑스혁명 당시 기록으로 많이 유명해졌으며
당시 국왕이었던 루이 16세 또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전혀 긍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단두대 기요틴(Guillotine)이라는 이름을 가진 맥주는
벨기에의 Huyghe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맥주로,
같은 양조장 출신인 데릴리움 트레멘스 특유의 병을
공유하고 있으며, 섬뜩한 분위기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라 기오틴(La Guillotine)은 Huyghe 양조장의 대표 맥주인
데릴리움 트레멘스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습니다.
8.5%라는 알코올 도수도 그렇고 색상도 유사합니다.
따라서 입 맛이 무뎌진 상태에서 마시면 분간키 어렵겠으나
엄연히 다른 맥주로 분류되어있고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라 기오틴' 맥주에 들어가는 홉은 벨기에 맥주에는 단골인
체코 홉인 Saaz 와 Brewer's Gold 가 들어간다고 하며,
특이하게도 미국 홉인 Amarillo 또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미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맥주도 아니며,
벨지안 IPA 처럼 홉이 주도적인 맥주도 아닙니다.
조금만 더 색상이 짙었으면 핏빛 맥주였겠으나
다행히 색상은 골든과 주황-황토색 등을 보입니다.
향에서는 배나 사과와 같은 향이 처음 맡아졌고
이후 꿀이라던가 밝은색 캔디와 같은 향도 납니다.
약간의 허브나 풀, 조금의 감귤스러운 향도 풍깁니다.
기요틴 맥주의 탄산은 과하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
입에 닿는 느낌은 이런 류의 벨기에 골든 에일들이 그렇듯
알코올 도수에 비해서 상당히 가볍고 순한감을 지녔습니다.
살짝 진한 페일 라거나 필스너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맥주 자체에서 나는 맥아적인 단 맛은 많진 않습니다.
꽤나 개운하고 바삭한 감 있게 맛이 진행되는 편입니다.
따라서 눅진한 맛 보다는 화하고(Spicy) 알싸함이 강한데,
향에서 언급한 것 처럼 사과나 배, 캔디 같은 맛과 동시에
은근한 곡물과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견과는 아닙니다.
이후 영어표현으로는 Earthy 하다는 흙이나 나무같은 맛이 오는데,
그냥 느껴진 기분으로는 먼지가 좀 앉은 사과를 먹는 맛 같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여러 부분이 결합해 씁쓸하고 떫은 감을 주며
8.5%에서 오는 알코올의 술 맛 또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이름처럼 섬뜩한 맛을 가진 맥주는 아니라고 보았지만
벨기에식 스트롱 골든 에일류에서 오는 알코올 맛 등에
적응이 덜 되었다면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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