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4대 맥주 대기업 중 하나인 기린(Kirin)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양조장이자 브랜드로,
2014년 기린 양조장 측에서는 약 150년전 Copeland 가
만들던 맥주들을 기리며,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이름은 Spring Valley Brewery 가 됩니다.
William Copeland (1834-1902)는 노르웨이계 미국 양조가로
1864년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와 5년 뒤 일본 첫 맥주 양조장이라는
Spring Valley Brewery 를 설립합니다. 줄임말로 SVB 라고 부릅니다.
독일식 맥주 양조에 정통했던 그는 요코하마 SVB 양조장에서
당시 유행하던 필스너 라거나 독일식 Bock 맥주등을 선보였으나,
경영에 있어서는 탁월하지 못했는지 1885년 SVB 는
The Japan Brewery 에 매각되고야 말았습니다.
머지않아 The Japan Brewery 가 기린(Kirin)이 되기에
오늘날 기린의 양조장의 기원은 Copeland 의 SVB 가 됩니다.
2014년 기린이 되살린 SVB 의 전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교토 등에 브루펍이 운영중입니다.
현재는 Copeland 의 전통인 독일식 맥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Pale Ale, IPA, Stout 등에 몇몇 Sour Beer 등도 취급하여
대기업이 운영하는 크래프트 맥주업체의 모습을 갖춥니다.
실제로 방문해본 결과 세련되고 반듯한 인테리어로 꾸며졌더군요.
오늘 시음하는 Copeland 는 필스너 타입의 맥주입니다.
150년 전의 전통을 되새기려는 듯한 네이밍인 것 같네요.
여과가 안 된 제품인지 필스너 치고는 탁했고
짙은 금색에서 오렌시색 사이에 놓였습니다.
고소한 빵의 흰 부분이나 밀반죽스러움이 있고
한 켠에서는 홉의 레몬 살짝에 허브, 꽃 향이 납니다.
탄산기는 필스너라면 적당한 수준으로 있었고
과한 청량함을 주는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 수준보다는 가벼운 정도로,
그래도 그 가운데서는 나름 차분한 면모도 보입니다.
밝은 맥즙에서 나오는 시럽 단 맛이 아주 살짝 있고
맥아 단 맛 보다는 고소한 맛이 더 눈에 띕니다.
약간의 버터와 같은 풍미도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홉의 맛은 밋밋하지 않고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풀이나 꽃, 허브, 약간의 레몬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홉의 쓴 맛은 크게 두드러지진 않아도 없지도 않습니다.
마시고 난 소감은 그래도 크래프트 맥주를 표방하는
양조장에서 나온 필스너라 꽤 홉이 있는 편이며,
일본 대기업 수퍼 프리미엄 필스너 브랜드들에 비해서도
홉이 더 강조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짝 느끼한 부분이 있는 것을 빼면 만족스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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