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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영국

St. Peter's Honey Porter (세인트 피터스 허니 포터) - 4.5%

by 살찐돼지 2013. 5. 7.

 

 

지난 2월 소개했던 영국 세인트 피터스(St. Peter's) 양조장의

올드-스타일 포터(Old Style Porter)가 포터(Porter)맥주가

영국에서 성행하던 18세기의 양조방식을 복원했다면

 

오늘 시음하는 허니 포터(Honey Porter)는 맥주 양조 역사상,

어쩌면 인류가 술을 빚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되었던

꿀(Honey)이라는 재료를 넣어 만들어낸 맥주입니다.

 

St. Peter's 양조장의 제품설명에 따르면 꿀이 간직한

향(Aroma)과 맛(Taste)를 담아낸 영국식 포터(Porter)로서

여러 세대에 걸쳐 양조되던 것을 Old Recipe 를 따른것이라 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세인트 피터스(St. Peter's) 양조장의 맥주 -

St. Peter's Golden Ale (세인트 피터스 골든 에일) - 4.7% - 2010.03.14

St. Peter's Cream Stout (세인트 피터스 크림 스타우트) - 6.5% - 2010.04.30

St. Peter's Old-Style Porter (세인트 피터스 올드-스타일 포터) - 5.1% - 2013.02.17

 

 

맥주에 있어서 꿀(Honey)는 더 이상 낯선 재료가 아닙니다.

미국의 오바마 현 대통령이 직접 사비로 구매한 홈브루잉 키트로

양조한 첫 맥주는 일명 백악관 맥주로 불리는 Honey Ale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Honey 맥주라는 단순히 이름만 접한다면

달콤한 꿀 맛이 가득한 맥주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겠지만,

 

꿀은 약 90-95% 정도의 발효당으로 구성되어있기에

효모에 의한 맥주발효가 끝나면 실제로 맥주 안에 남게되는

꿀의 풍미는 매우 적습니다. 정말 약간의 단 맛만 전달해주죠.

 

오히려 꿀은 맛과 향의 증대보다는 발효성 당의 기능으로서

효모가 발효할 당을 더 공급 → 맥주의 알콜 도수를 증가시키는 역할로

맥주의 질감-무게감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도수를 높이는데 탁월합니다.

 

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부가재료들로는 설탕이나 시럽 등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적 심리에서 보았을때 마케팅적으로 Sugar Beer 의 뉘앙스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반면, Honey Beer 는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실질적으로 맥주안에서 영향력은 아주 크지 않음에도 말이죠.

 

 

색상은 포터(Porter)답게 어두운 갈색-검은색에 걸쳐있고

거품(Head)의 생성력이나 유지력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향은 부정할 수 없는 강렬한 꿀의 달콤한 향기가 풍기는데,

포터에 사용되어졌을 검은 맥아 특유의 로스팅 커피/초컬릿이나

홉(Hop)의 아로마 또한 묻어버릴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어느 누가 맡아도 이건 꿀이 들어간 맥주라고 단번에 알아챌겁니다.

 

약간의 탄산감에 무게감은 가볍고 연한편이지만

질감(Mouthfeel)측면에서는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입니다.

마치 꿀물을 연상케하는 수준의 질감이었지요.

 

맛에서도 역시 꿀의 존재감은 실로 엄청났다고 보았는데,

맥아적인 단 맛(Malt Sweet)는 거의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꿀이 남기는 단 맛 때문에 맥주가 달다고 느껴질정도입니다.

 

더불어 초컬릿이나 커피, 탄 맛 등의 검은 맥아의 맛은 배제되었고

비스킷이나 빵 등의 맥아의 고소한 측면도 찾을 수 없었네요.

정말 약간의 초컬릿스러움이 꿀의 맛에 대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홉(Hop)의 특징은 용케도 살아남아 후반부로 갈수록

은근히 거칠게 다가오는 쓴 맛을 부여하며 쓴 맛의 여운도 깁니다.

 

초반에는 꿀이, 후반부에서는 꿀과 함께 홉이 찾아온다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향에서 맛까지 꿀이 관여하지 않는게 없네요.

 

앞에서 설명한 '꿀이 맥주의 맛과 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 는 말이

정말 무색하게 느껴질정도로 작정하고 꿀을 투입한 맥주같다는 소감으로,

 

4.5%의 포터(Porter)가 아니라 8%의 포터/스타우트였다면

맥아 & 홉의 특징이 꿀의 세력과 균형을 이룰 수 있을거라 봅니다.

그러나 St. Peter's Honey Porter 현 상황에선 꿀이 너무 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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