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올려보는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 시음기로,
사실 트라피스트가 전 세계에 얼마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트라피스트와 관련된 제 블로그의 시계는 예전에 멈춰 있어서
검색하면 전 세계에 트라피스트 맥주가 7 곳이 있다고 나올텐데,
그 몇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변해서 11 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벨기에에 7 개, 네덜란드에 2 개, 오스트리아 1개,
이탈리아, 미국에 각각 한 곳이 공식 인증된 트라피스트 맥주입니다.
오늘 시음할 준데르트(Zundert)는 라 트라페(La Trappe)와 함께
네덜란드에서 인정받는 트라피스트 두 곳 중 하나입니다.
벨기에와 가까운 네덜란드 남부 Maria Toevlucht 수도원에서 만들며
트라피스트 맥주로 공인받은 시기는 불과 2 년전인 2014년입니다.
아직 신생(?) 트라피스트라서 그런지 시메이(Chimay)라던가
라 트라페(La Trappe) 등처럼 3~4가지 이상으로 구성되진 않습니다.
6,8 등의 숫자라던가 Dubbel Tripel 등의 분류가 없는
오늘의 Zundert 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Maria Toevlucht 수도원 출신 유일한 맥주입니다.
색상은 호박색(Amber)을 띄며 맑지 않습니다.
사과나 오렌지 모과 등등의 과일 향이 있고
약간의 코리엔더와 빙설탕의 상쾌함이 납니다.
단 내가 가득하진 않지만 향을 맡다 보면
고소한 곡물과 같은 향이 군데군데 느껴집니다.
탄산량은 많은 것 같으나 입자는 고와서 터지진 않고,
입에 닿는 느낌은 꽤나 부드럽고 안정적인 감입니다.
탄산 때문에 살짝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중간 수준의 무게감을 갖추었습니다.
맛이 향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전개되던 맥주로,
사과-오렌지 등등의 과일 맛이 가득하기 보다는
이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맛의 한 요소였을 뿐,
실제로 더 와닿는 맛은 캔디나 엿기름의 단 맛,
곡물이나 구워진 빵류의 고소한 맛이 더 살았고,
이후 고수나 정향 등의 알싸함으로 마무리 됩니다.
허브와 같은 씁쓸함이 후반부에 잠깐 출현했고,
알코올 도수에서 오는 술 맛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효모에서 나오는 발효 맛 보다는 맥아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이 좀 더 주효하게 나타났던 맥주로,
개인적으로 이런 류를 좋아하기에 만족스럽게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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