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블로그에 처음으로 생극양조 맥주를 올리며
소개한 바 있듯이, 이곳은 충북 음성의 농업법인에서
국내산 지역 재료로 맥주를 만드는 컨셉이 강한 곳입니다.
오늘 시음할 '농자천하지대본' 은 동아시아 농경사회에서
농업이 천하의 근본임을 표현이 맥주의 이름이 된 것으로,
생극양조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낸
그리고 해당 맥주의 컨셉을 잘 담아낸 이름이라 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생극양조의 맥주 -
생극양조 UF 오트 에일 - 6.5% - 2023.06.18
'농자천하지대본' 맥주는 생극양조와 곧 개업할 예정인
경기도 이천의 을를 양조장 양조팀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고,
을를 양조장의 양조 멤버가 크래프트 맥주 계에서는
인플루언서 + 인싸이기 때문에 양조장 설립 전에
여러 국내 양조장들과 협업 맥주를 올해 많이 만들었는데,
'농자천하지대본' 또한 그런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맥주 스타일은 벨기에의 농주라 불리는 세종(Saison)으로
일반적인 세종(6~7%)보다 알코올 도수가 다소 높은
슈퍼세종(8~9%)으로 설계된 맥주라 합니다.
지금도 국내 거의 대부분의 양조장은 맥주의 원재료를
외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농자천하지대본'은
생극양조와 함께 하였으니 국내산 맥아와 효모를 사용했고,
세종(Saison)이라는 맥주가 농부가 만들던 농주였으나
벨기에 역시 농경시대가 끝나고 산업시대가 도래하게되면서
상업 양조장에서 만드는 세종(Saison)이 판을 치는 시대에
'농자천하지대본' 은 Real 농부가 만든 코리안 세종이라
맥주 컨셉상으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제품이라 볼 수 있고,
향후 국내 수제맥주가 나아갈 수 있는 한 방향을 제시한 제품 같습니다.
침전후 따르니 나름 맑은 금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종(Saison)효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상쾌한
배, 사과, 오렌지류와 같은 향과 약간의 후추가 있고
구수하거나 투박함 없이 깔끔하게 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탄산기는 적당한 편으로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벨기에 맥주들이 의례 그렇듯
높은 도수에 비해 꽤 가벼운 무게감을 지녔습니다.
맥아적인 단맛은 크게 없었고 깔끔한 바탕을 지녔으며,
세종(Saison)효모에서 올라오는 사과, 배 등의 맛이 있고
알싸한 향신료스러운 발효향, 즉 맥주세계에서는
페놀(Phenol)이라고 불리는 느낌이 다소 강한편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파마약과 같은 기분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쓴맛은 없고 알싸함이 꽤 강한것만 제외하면 끝도 깔끔하며
약간의 고소한 곡물맛 정도만 남기는 세종 맥주였습니다.
사실 이런 타입의 맥주는 국내에서 몰팅한 맥아로 만든
맥주가 과연 검증된 외산만큼 큰 효과를 거두었을까? 라는
스스로 내린 의문을 배제하고 마실 수는 없긴 하지만,
마시고 나서 아주 약간의 떫은 맛이 있긴 하나
그 부분이 곡물부분인지는 시음만해서는 알 수가 없고
페놀 기운이 다소 강한 것은 효모 발효와 관련있으니,
아무튼 국내산 몰팅 맥아에 관해서는 개인적인
우려를 어느정도 해소시켜준 제품으로 다가왔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