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이코노미스트지 기자였던 다니엘 튜더가
'한국맥주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 없다' 라는 기사 문구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해당 기사의 원제목은 'Firely Food but Boring Beer' 로
한국 음식은 화끈하고 다양한 반면 대기업 라거만 있는 것을
Boring 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2012년 당시 열악했던 한국의
맥주 시장에 다양한 맥주들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했습니다.
글 가운데 북한 대동강 맥주와의 비교가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기에
그쪽이 부각되어 지금까지 맥주는 북한>한국의 이미지가 남게 되었죠.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아트몬스터 양조장의 설립 배경에는
다니엘튜더의 기사에 대한 의구심으로 한국 맥주의 퀄리티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해외에서 양조기술을 연마했고,
2017년에 아트몬스터 양조장의 스토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트몬스터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우 적극적으로
국제 맥주 심사대회에 출품한다는 것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식 맥주들 중에 수상 경력이 없는 제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오히려 각 맥주당 10개 이상의 수상경력을 자랑할 정도죠.
상대적으로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출품에 아주 적극적이지 않아서
아트몬스터의 화려한 대회 수상경력이 더 대비되는 부분이 있지만,
반면 국내 유통에 있어서는 소비자가 소매로 구할 수 있는
병/캔(Can) 유통이 다른 양조장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은 있습니다. 저도 이번 시음기가 처음이니까요.
아무튼 오늘 시음하는 맥주는 '청담동 며느리' 라고 불리는
아트몬스터 홈페이지 기준 가장 먼저 소개되는 메인 제품으로
스타일은 오스트리아식 비엔나 라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의 애매한 엠버 라거들이 비엔나 라거라는 호칭을 달고나와
국내 매니아들 사이에서 비엔나 라거의 이미지가 격하된 감은 있지만
아트몬스터에서는 제대로 비엔라 라거를 구현했을거라 기대합니다.
호박색(Amber)에 가깝과 탁도도 맑은 편에 속했습니다.
이상적인 비엔나 라거의 외관을 가지고 있다 보았습니다.
향에서는 연한 카라멜, 비스킷, 식빵 테두리 등등의 맥아향과
유럽 대륙계통 홉에서 기인한 것이라 여겨지는 허브, 꽃 향도 납니다.
탄산감은 보통으로 특별히 적지도 많지도 않게 설계되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분명 무겁거나 질척이고 육중하진 않지만
가벼움에서 중간으로 넘어가는 바디감을 가진 맥주들에서는
안정적이고 포근함 등을 선사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보았습니다.
라거이지만 기본적으로 맥아적임을 지향하는 비엔라 라거에 알맞네요.
맥아적인 성질이 우선시되는 비엔라 라거라고 할 수 있지만
맥아적인 단 맛이 느낌적인 뉘앙스만 살짝 나왔을 뿐,
맥주 자체는 깔끔하고 담백하게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카라멜과 같은 단 맛을 지나치고 나면
향에서도 언급한 비스킷이나, 식빵 테두리 등등의 구운 빵 느낌이
고소함과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만 자극적임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홉의 꽃, 허브 같은 느낌이 있긴하나 맥아보단 힘이 덜하고
적당히 보조를 맞춰주는 선에서 홉의 역할은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자극이 강한 스타일의 맥주였다면 홉이나 효모 혹은 기타 맥아 풍미에
진즉 묻혀버렸을 비스킷, 구운 빵 등이 여기서는 주된 맛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애당초 자극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비엔나 라거의 특징이라 할 수 있고,
안정적이면서 맛이 비지 않고 라거(Lager)이기에 시음성도 확보한다는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좋은 상품이 나오지만 시장에는 각광받지 못하는
비엔나 라거이나 그래도 그 개성을 잘 살렸고 퀄리티도 준수하다고 보았습니다.
확실히 국내 양조장에서 편의점에 납품하는 어설프게 비엔나 라거
이름표만 부착한 맥주들과는 구별되는 확실한 몰티함은 있었으며,
매니아들이 마셔도 심심하지 않을 포지션을 구축한 맥주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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