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our Ale 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Wild Wave 의 설레임을 말할겁니다.
와일드 웨이브 양조장은 2015년 설립되었고
부산 송정에 양조장 & 펍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수제 맥주 매니아들이 와일드 웨이브에
상당한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태생 및 전략부터가 남달라서이기도 합니다.
어느 국가든 수제 맥주 시장이 처음 시작될 때에는
당연히 대중들은 페일 라거를 비롯하여 밀맥주나
페일 에일 등의 가벼운 에일 정도가 선택의 범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편의점 수제맥주들이 그 수요에 맞춰
가볍고 연하고 쓰지 않은 그리고 너무 튀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수제 맥주 시장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플레이어들도
이 부분을 알고 있기에 해당 맥주들에 제품이 몰리게 됩니다.
거의 모든 양조장들의 메인 제품은 페일 에일, IPA, 밀맥주가 되는거죠.
하지만 Wild Wave 는 용감하게도 설레임이라는 Sour Ale 을
지금보다 더 수제맥주 시장이 작았을 시기인 2015년부터
주력상품으로 내놓아 확실한 정체성을 각인시켰습니다.
보통 해외에서는 설레임과 같은 Sour Ale 들을 일컫어
Wild Ale/Beer 라고도 하는데, 서핑으로 유명한 부산 송정에 있어
Wild Wave 라는 이름도 어울리지만, Wild Beer 가 메인이기에
우리나라에 Wild Beer 를 소개시키려는 의지도 엿보이는 명칭입니다.
편의점 맥주가 익숙한 대중들은 맥주의 맛에서
신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아지는데는 반복 시음을 통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맥주의 홍수 속에서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는
설레임을 대중이 선택할 확률은 상당히 적어보이며,
우선 설레임과 같은 Sour Ale 이 편의점 단가를 못 맞추겠죠.
따라서 한 때 Sour Ale 은 산전수전 다 겪은 매니아들이
끝까지 가다보면 좋아하게 된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제 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페일 에일이나 IPA 를
경험한 후 고차원의 맥주를 찾는 소수의 사람들도 생기고,
의외로 처음부터 Sour Ale 이 맞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에
개인적으로 설레임이 꾸준하게 생산되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팬들을 가질 수 있는 맥주가 될거라 봅니다.
탁한 짙은 짚색에서 밝은 금색을 띄고 있습니다.
새콤하고 시큼한 레몬, 요거트 등을 연상시키며
약간의 동치미와 같은 신 향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신 향에 겹쳐 선명하진 않아도 홉의 열대과일도 있습니다.
탄산감은 보통이며 은근한 청량감을 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마시기 편했습니다.
맥아에서 나오는 단 맛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고,
주된 맛은 신 맛을 유발하는 균들에서 나오는
시큼한 맛으로 향에서 언급한 것들과 일치합니다.
산미는 분명 느낄 수 있지만 식초처럼 자극적이지 않았고,
맥주에서 산미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인지를 했으며
적응까지 마쳤다면 되러 은근하게 신 맥주 정도라 봤습니다.
그리고 시큼한 맛이 옅어질 때쯤 밀과 같은 곡물의
고소한 맛이 산미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으로 옵니다.
홉의 쓴 맛과는 맛에서는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맥주를 즐기는 스타일 저변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고
Sour Ale 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은 상태라면, 입문용으로 즐기기 좋은 맥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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