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어느 국내 맥주회사의 소맥 자격증 이벤트.. 장인정신이란 없는걸까?

by 살찐돼지 2012. 2. 3.
- 받으면 뿌듯한 소맥 자격증?

 이번 주 월요일 국내의 한 맥주회사가 소맥(소주+맥주)을 잘 섞는 시민들을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추첨하여 1년간 소맥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공고를 붙였습니다.

- 소맥 자격증 이벤트 링크 -

작년 국내 맥주 1위 기업과 소주 1위 기업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가 된 H-J 기업은
더 많은 맥주와 소주의 판매량 촉진과 그것을 병행(?)할 수 있는 소맥을 장려하기위한
일환으로 이와 같은 이벤트를 기획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이란 당연히 수익을 내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고, 이 행사 또한 마케팅의 일종이며,
우리나라의 폭탄주 술 문화를 제대로 파악한.. 센스있는 이벤트라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불과 얼마 전인 2011년 연말즈음에는 직장인들이 송년회, 특히 술 자리에서 연신 이어지는
폭탄주 세례가 싫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좋은 쪽으로 바꾸자는 자성이 목소리가 나옴에도..
국내 굴지의 주류회사에서는 소맥 전용잔까지 만들어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 2011년 연말에 보도된 송년회 폭탄주에 관한 뉴스 -

그래요 회사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 주류회사가 소맥을 권유할 만큼 자신들의 맥주에 자신이 없나?

위에 서술했던 내용보다 개인적으로 저를 더더욱 실망시키는 사실은
스스로 공들여서 만든 맥주를 망치는 행위인 소맥제조를 기업에서는
씁쓸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벤트를 통해서 권유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저 또한 집에서 취미로 자가양조를 하고 있는데, 아무리 서툰 맥주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제 맥주에 맛과 향을 증진시키기 위한(코로나의 라임과 같이) 목적이 아니고,
그냥 소주를 섞는 것이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맥주를 만드는데 제가 들인 시간, 비용, 체력등을 무시하는 것 같거든요.

원두를 직접 고르는 노력이 담긴 에스프레소 한 샷에 시럽을 왕창 넣든다던지..
싱싱한 재료와 데코레이션도 완벽한 파스타 한 접시에 고추장을 범벅하는 행위..
자부심과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들어낸 바리스타나 셰프라면 이 상황에 껄껄 웃을 수 있을까요?

'개인 입 맛의 취향이다, 난 소맥을 맛으로 즐기기에 별 문제 없다' 라고 생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유명하다는 벨기에의 주류품평회에서 그들의 맥주가 단체로 상을 받았다고 
품질을 자랑하며 장인정신을 뽐내던 모습이 현재진행형인데..

그런 훌륭한 맥주들에다가 소주를 섞고, 또 그 레시피까지 알려달라니..   
이 기업의 행동이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으신지요?

그래요 회사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 그래 우리 술 문화니까, 우리나라 맥주니까..

분명 만족스럽게 국산맥주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고, 그래도 국산맥주를 옹호하는 분들의 의견으론
"그래도 국산맥주가 우리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춘 맥주인데.." 가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탄산을 꽉꽉 채워 목이 따가울 정도인데, 목넘김이 좋다고 포장하는 맥주.
맛의 빈약함을 감추기 위해 무조건 시원하게, 그것도 모자라서 잔을 얼리는 맥주.
어떤 재료를 쓰는지.. 어느정도의 비율로 맥아와 홉을 사용하는지 속 시원히 못 밝히는 맥주.

과연 국산맥주가 우리 입맛에 맞춘 맥주인지.. 아니면 가격적으로, 접근성 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마시던 우리가 국산맥주에 길들여진 것인지 생각해 보셨나요?

경쟁자가 없는 독과점의 국산 맥주시장에서 그들이 하는 행위는 곧 법이고 진리이니
그들이 공인해주는 '소맥 자격증' 을 받고 우리는 자랑스럽고 기뻐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벤트를 펼치든, 맥주를 만들든 그저 순응하고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기호식품인 맥주이기에 맛과 품질, 그리고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기업들까지,
주관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 하더라도, 제 블로그에서 힐책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하였는데..

2009년부터 매년 여름 한정판 형식으로 스페셜 에디션도 발매하고, 변화를 보여주어
일말의 기대감이라도 갖게 하던 기업에 이번일로 배신감을 느껴 깊은 새벽에 글을 작성합니다.

그래요 회사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