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미(Acme) 양조장은 본래 1907년 Leopold Schmidt 가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양조장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기를 겪었으며, 금주령 해제 이후로는
미국의 대형 상업맥주 양조장들과 겨뤄오며 유지되었지만..
레드 씰 에일로 유명한 North Coast Brewing Company 가
1994년 Acme 의 소유권을 획득하여 현재는 그곳의 산하브랜드가 되었죠.
1988년 설립된 North Coast Brewing 이 Acme(1907)를 인수했지만,
Acme 의 그 오랜 역사 탓인지 함부러 브랜드를 흡수 통합하지는 못하고
North Coast 의 맥주 라인업에서 Acme 를 분리하여 따로 취급합니다.
현재 North Coast 에서 따로 관리하며 취급하는 Acme 맥주는
두 종류로 오늘의 California Pale Ale 과 IPA 입니다.
Acme 의 상징은 1930년대 이후로 줄곧 맥주를 장식해왔던
붉은색 짧은 드레스를 입은 처자로서, 2013년에 보기에는
뭔가 촌스럽고 빅 밴드 재즈시절에 어울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구식 라벨을 유지하는 까닭은 Acme 의 오랜 전통과
그에 따른 관록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함 아닐까? 봅니다.
탁한 감이 맴도는 밝은 구리색을 띄고 있었으며,
거품은 아주 깊진 않지만 얇게 층이나마 잘 유지됩니다.
향은 감귤-자몽 등의 시트러스한 홉의 향기라기보다는
안정되고 차분한 꽃이나 약한 카라멜, 은근한 곡물이 풍깁니다.
요즘 유행하는 젊은 미국식 페일 에일들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탄산감은 느껴지긴하나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그에 따라 입에 들어차는 느낌도 밝고 명랑함보다는
유순하고 부들부들한 성향으로 와닿더군요.
마시기에 부담없으면서도 맹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약한 카라멜스런 단 맛과 함께 시럽,송진스런 맛도 나며
곡물의 고소함이 오렌지나 꿀을 머금은 꽃과 같은 맛과 더불어
희미하게 입 안에서 퍼졌고, 굉장히 맛이 온순합니다.(Mild)
따라서 맛의 한 요소에 이를테면 강한 홉, 엄청난 효모 에스테르,
달달하고 질척이는 맥아 느낌 등등 맛을 주도하는 요소가 있는
맥주에 더 높은 의미를 부여하는 취향의 분들께는 이 맥주가 애매할 테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기본 바탕의 맥주에 여러 맛들이
오순도순 옹기종기 모여있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최고라고 까지는 아니어도 마시기 좋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강력한 맥주들에 점점 지쳐갈 때 마시면 좋을 것 같은 맥주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