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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돼지의 맥주 에세이

EP.6 맥주를 좋아하지만 관심은 없다

by 살찐돼지 2023. 9. 9.

일본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편의점과 마트에 꽤 많은 종류의

대기업 맥주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진열된 제품들 중에는 일본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발포주

제3의 맥주, 호로요이 같은 맥주가 아닌 것들도 많지만,

 

아무튼 일본 맥주 대기업에서는 지역한정, 계절한정, 클래식 맥주 컨셉있는건 이미 유명했고,

최근 5년 사이에는 수제맥주 계통까지도 범위를 넓였는데,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일본 대기업의 독특한 시도가 담긴 맥주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블로그에서도 다룬적 있는 제품으로 일본에서 재배한 홉을 사용한 컨셉의 맥주로,

삿포로는 벌써 세번째 에디션까지 출시했는데 그 컨셉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본이 19세기 후반 산업화 후 독일로 맥주 유학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고,

독일에서 보낸 홉(Hop)을 일본에서 1900년대 초반부터 재배한 홉들이 있다.

 

맥주의 원재료인 홉은 독일,체코,영국, 미국, 호주 등등의 홉 산지의 것들의

품질이 안정적이라 외산에 많이 의존하지만, 일본 홉 맥주의 존재는 꽤 의미가 있다.

 

삿포로(Sappro)는 대기업치고는 홉덕후적인 측면이 많이 보이는데,

자신들이 개발했지만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더 흥한

홉 품종 소라치 에이스(Sorachi Ace)를 사용한 맥주 또한 출시하고 있다.

 

삿포로의 홉덕후적인 측면은 산하 브랜드인 에비수(Yebisu)의 New Origin 이라는 신상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에비수가 왼쪽 상단의 기본 라거제품로만 알려져 있으나,

오른쪽 두 제품은 에비수가 취급하는 페일 에일과 여름용 골든 에일에 해당한다.

 

 

 

산토리(Suntory)는 일본 4대 맥주기업 가운데 후발주자인만큼

다른 곳들과 차별되게 고풍미 라거인 '프리미엄 몰츠' 로 차별화에 성공하였으며,

더 나아가 대기업 답지 않게 크래프트 맥주 쪽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Tokyo Craft 라는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으며 메인 상품은 Pale Ale, IPA, 밀맥주 등의

수제맥주에서 스탠다드한 타입들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벨기에의 농주 Saison 도 다루면서

왠만한 수제맥주 양조장도 취급하기 어려운 발리 와인(Barley Wine) 또한 출시한 적이 있다.

 

맥주 매니아들이라면 산토리의 세종과 발리와인을 출시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랄텐데,

어떤 느낌인지 비유하면 4인조 인기 아이돌 그룹이 뮤직뱅크 무대로 컴백하면서

베이스, 피아노, 드럼, 색소폰의 재즈 쿼텟을 구성한후 10분짜리 육성없는 즉흥 재즈연주를 한 셈이다.

 

 

기린에서는 스프링밸리라는 브랜드를 통해 편한 크래프트 맥주들을 취급하는데,

참고로 스프링밸리 양조장은 기린 양조장의 전신이 되는 곳으로 해당 스토리는 여기를 참고하자.

 

아사히 또한 산하에 있는 오리온(Orion) 브랜드를 통해 크래프트 라거나

독일식 쾰쉬, 페일 에일, IPA 등등을 취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편의점-마트라는 대중맥주 시장에 들어가는 맥주들을 살펴보았고,

위의 사례들은 현재진행형이라 앞으로 어떤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지 지켜보면 된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는 이러한 맥주들이 현재 맥주 시장에 없는 것일까?

왜 이런 신제품 개발을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하이트진로에서 만든 퀸즈에일과 에일스톤을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2014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에일타입으로 나왔지만 몇 년가지 못해 단종된 맥주들로,

 

한국사람들은 에일 입맛이 아니라서 발생한 결과라 생각합니까?  그러면 다음 맥주 사례도 있습니다.

 

2006년 출시 이래로 하이트진로사의 프리미엄 All Malt 라거 맥주라인을 지켰던 맥스(Max)는

2009년부터 스페셜 홉 제품을 출시했다. 간략하게 그 컨셉을 설명하면,

 

원래 맥스 맥주에 A 라는 품종의 홉이 쓰이는데, 매년 다른 품종의 홉(Hop)을 하나씩 선정하여

A+B 홉 풍미가 녹아든 새로운 맥스 맥주를 선보인다는 컨셉이다.

 

상당히 신선한 컨셉이라 맥주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고

본인도 블로그 초창기인 2009년에 막 시작했던 맥스 스페셜 홉을 마시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2015년 까지 유지되다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2020년에 다시 부활하여 이전 제품들을 재출시했고,

2021년에는 뉴질랜드의 모투에카(Motueka) 홉을 사용한 신제품을 내놓아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마지막으로 2023년 맥스가 단종됨에 따라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확인차 말씀드리면 맥스(Max)는 하이트에서 취급하던 프리미엄 라거 브랜드였습니다.

 

 

그리고 OB 맥주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페일 라거의 풍미 상향 스타일인 필스너와

대중 맥주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인 독일식 밀맥주 Weizen 을 2017년 출시하였으나

현재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매우 힘든 제품들이 되었다.

 

퀸즈에일부터 오비 프리미어까지 이런 맥주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특수한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아닌, 가장 흔한 메인 라거만 봐도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본 각 양조장의 메인 라거 맥주들의 경향성을 개인적으로 분류해봤다.

대중을 상대로 가장 판매량이 높은 제품들은 대체로 저풍미를 지향하는 페일 라거이지만,

나름 고풍미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라거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의 상향버전인 마스터스 드림과 같은

초프리미엄 라거 시장 + 수제맥주 스타일까지 저변이 넓어지는게

일본 맥주 시장의 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중 라거 시장은 오히려 풍미를 낮추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거였던 맥스 대신에 나온 켈리(Kelly)는 나름 고풍미를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기존의 맥스에 비해 풍미적으로 아쉬운것이 사실이고, 켈리 스페셜 홉 시리즈가 나올런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바디감, 고풍미를 지향하던 롯데의 클라우드도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

가볍고 청량한 신제품이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일본 대기업이 다양한 맥주를 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내수시장 규모 차이도 있겠지만,

과연 단순하게 시장 규모의 차이 뿐일까? 생각하게 된다.

 

(출처: https://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

 

여러개의 주류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맥주가 1위를 차지하는 결과 많고,

소주와 함께 맥주가 압도적인 양강을 형성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맥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몇몇 맥주 대기업 개혁파들은

고풍미의 맥주들을 기획하고 출시하였지만, 그 끝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가벼운 페일 라거를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로 나아간다는

논리가 이치에 맞는 시장이 되었고, 사람들이 가벼운 맥주만 즐겨 마신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대기업이 가벼운 것만 만들어 길들여진거냐  vs 소비자 선호도가 그렇지 않느냐  같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와 같은 논쟁이 여기서 종종 발생하고는 하는데,

 

중요한 것은 가벼운 맥주만 마시는 소비자의 성향 탓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특정 분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본인도 맥주는 이렇게나 관심있지만 커피는 그렇지 않아서 편의점 캔커피를 선호한다.

그리고 고관여 소비자가 아니라면 마시던 맥주에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글의 주제는 오랜기간 (수제)맥주 시장에 종사하면서 고민하던 문제였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안팔리는 맥주를 만들 필요가 없는 대형 회사의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고,

또한 가벼운 맥주만 선호하는 소비자의 문제로 돌릴 사항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맥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제맥주 업계 종사자로서 어떻게 하면 맥주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페일라거에서 벗어나 다양한 맥주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를 항상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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