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그렌(Enegren)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에서 북서쪽 방면의
Moorpark 라는 지역에 소재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으로,
2011년에 Chris & Matt Enegren 형제가 설립하였으며,
독일식 전통 맥주에 특화된 양조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부터 촉발된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시간이 흐르고 성숙해지면서 후발주자들 같은 경우
크래프트 맥주의 스탠다드 스타일이라 부를 수 있는
Pale Ale, IPA, Stout 등의 맥주들을 출시해봤자,
20-30년 먼저 크래프트 맥주 양조산업을 지탱해 온
선배들의 제품에 비해 여러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2010년경 부터는 특화된 컨셉의 양조장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Sour/Wild 나 Barrel Aged Beer, New England IPA 도 그렇고
벨기에 맥주 전문 양조장, 그리고 독일맥주 전문 양조장도 예가 됩니다.
독일식 전통 맥주라면 라거든 에일이든 모두 다루는 곳이
오늘 시음할 에네그렌(Enegren)으로 처음으로 고른 맥주는
에델필스(Edel-Pils)라는 제품으로 독일식 필스너입니다.
Edel 이라는 독일어 단어는 고귀한, 고급의 단어 쯤으로,
독일 양조장의 꽤 많은 브랜드에서, 마치 영어로 대입하면
Premium 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듯 붙이는 용어인데,
필스너에 붙게되면 Edel-Pils 가 되는 것입니다.
기교부리지 않고 독일 방식을 따르면 만든 제품으로
홉은 노블홉 계열인 독일 Tettnanger 와 체코 Saaz 입니다.
홈페이지에 기록된 쓴맛 수치(IBU)는 35라 공개되었고,
독일식 필스너 세계에서는 상한선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완벽하게 맑은 밝은 금색이라 필스너로서는 탁월합니다.
노블 홉에서 나오는 풀, 허브, 레몬 등의 향기가 있었고,
밝은 곡물에서 나오는 반죽같은 고소함도 나타났습니다.
탄산기는 보통으로 많지도 적지도 않게 분포하였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연한 편이라 보았지만
은근하게 매끄럽고 윤기있는 감촉이 매력적입니다.
맥아적인 단맛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깔끔하고 개운한 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으며,
독일 홉에서 오는 풀, 허브, 꽃 등등의 캐릭터가
씁쓸한 여운과 함께 중후반의 맛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쓴맛의 여운이 확실히 있는 편이라 크래프트 필스너가
지향하는 맹한 양산형 필스너와는 차별점을 보여주네요.
홉의 쓴맛과 함께 희미하게 황과 같은 기운이 있긴하지만
필스너 라거에서 허용되는 수치의 미만이라고 보았으며,
끝은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시음성은 좋습니다.
오랜만에 정갈하고 말끔한 맥주를 마신듯하여 좋았고,
크래프트 필스너류의 태생적인 한계라 할 수 있는
양산형 필스너에 비해 매우 높은 가격은 숙제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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