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부 Saskatoon 에 소재한 패드독 우드 양조장은
본래 홈브루어(자가맥주 양조가)들을 위한 재료상이었고,
우편주문 배달 형식으로 비지니스를 운영하던 곳이었습니다.
2004년까지는 홈브루어들을 위한 재료상 경영을 유지하다가
그해 겨울 양조 면허를 획득하게 된 후로 본격적으로
맥주 양조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실질적인 양조장 운영은
올해로 10 년 밖에 되지 않은 캐나다의 신규 양조장입니다.
그러나 맥주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설립한 양조장이 아니라
홈브루잉으로 다져진 내공이 충만한 패드독 우드(Paddock Wood)라
캐나다 쪽 크래프트 맥주 양조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합니다.
패드독 우드(Paddock Wood) 양조장의 기본 맥주 라인업은
필스너, 슈바르츠비어 등의 독일-체코 타입의 맥주 들과
영국-미국 타입의 오트밀 스타우트, IPA, 포터 등등도 있습니다.
독일-체코 라거(Lager) 맥주들과 영국-미국의 에일(Ale)로
무난하게 구성한 연중 생산 레귤러 맥주들과는 다르게
홈브루어 시절의 쌓아놓은 레시피들은 그들의 한정판 맥주들에서
마음껏 공개되고 발휘되는데,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비롯하여
벨지안 두벨/트리펠, 마이복(Maibock), Oak-Aged Beer 등등
한 국가에서 머무는게 아닌 매우 다양한 국가의 맥주 스타일을 취급하며,
벨지안 IPA 같이 본래 스타일을 꺾어보는 조금의 트위스트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Barrel Full of Monkeys 는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로
Wild Turkey 를 묵혔던 bourbon 배럴에 숙성시킨 맥주입니다.
이 제품도 연중생산 맥주는 아니고 Paddock 의 한정판 맥주입니다.
빈 틈 없이 시꺼먼 색상과 깊게 드리우는 갈색 거품.
나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매우 강건한 향의 커피 등의 다크 속성,
위스키 배럴에서 나온 듯 한 바닐라스러운 단 내도 와닿고,
검붉은 건과일 등의 달달함과 약간은 재나 먼지스런 향도 납니다.
홉(Hop)은 그렇게 까지 튀지는 않았기에 배럴 느낌에 묻힌듯 합니다.
탄산감은 매우 적습니다. 탄산감이 적은게 매우 어울릴만한
마치 엔진오일을 연상시키는 끈적하고 씹히는 듯한 질감을 보유했지만
무게감에 있어서는 혀를 짓누르거나 중압감이 느껴지는 쪽은 아닙니다.
분명 강한 무게감(Full Body)의 맥주임은 분명하나 생각보단 잘 넘어갑니다.
처음에 전달되는 단 맛은 검붉은 건과일의 농익은 듯한 맛과
바닐라 + 시럽 등이 결합된 형태였고, 단 맛이 서서히 사라지면
숨겨져있던 검은 맥아 속성(탄 곡물/커피 원두)가 나타납니다.
이후 나무 통(Wooden Barrel)에서 보낸 시간이 증명되는
기분 좋은 나무 특징이 나타났으며 은근히 입 안에서
퍼지는 듯 펼쳐지는 약품과 같은 풍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10.0% 의 맥주이다보니 알코올 성 술 느낌이 드러나며
홉은 후반부에 가서야 일말의 씁쓸함 정도를 선하사고 있을 뿐
홉 고유의 맛이나 향으로 맥주에 기여하는 부분은 적었습니다.
국내에 이미 많은 스타일의 맥주들이 소개되어 풍족한 현실이나
아직까지는 배럴 숙성 속성의 맥주들의 진출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높고 한정판 형식을 띄어 → 높은 가격
때문인 것이 국내에 배럴 에이징 맥주의 진출이 늦은 까닭이겠지만,
오늘 Paddock Wood Barrel Full of Monkeys 를 마시면서
마치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 스타일의 맥주들은 국내에 구할 수 있어서 신비감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배럴 에이징 맥주들은 여전히 해외 구매나 지인 찬스에 의존해야하는게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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