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2013년부터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 유일의 트라피스트입니다.
그간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의
유럽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는 맥주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미국에서 트라피스트가 나온다는 소식은 나름 신선했으며,
존재 뿐만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스펜서(Spencer)는
유럽의 트라피스트와는 차별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스펜서(Spencer) 트라피스트 맥주 -
Spencer Trappist Ale (스펜서 트라피스트 에일) - 6.5% - 2017.10.03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영향을 받아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을 만든 것이 눈에 띕니다.
사실 트라피스트 맥주가 벨지안 두벨이나 트리펠류를
만들어야한다는 원칙은 없었도 네덜란드의 라 트라페는
벨지안 화이트나 복(Bok) 맥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고풍스럽고 숭고한 이미지마저 있는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새콤하며 통통튀고 짜릿한 느낌의 IPA 를 내놓았다는 사실이
어울리진 않지만, 이곳은 Imperial Stout 마저도 취급합니다.
두 번째 특이한 사항은 병입 발효(Bottle Fermentation)는
트라피스트 맥주 = 숙성이라는 통념을 가지게 해주었기에
트라피스트 맥주가 캔으로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크래프트 캔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고
병입 발효와 크게 상관이 없는 IPA 스타일이기 때문인지
트라피스트 맥주를 캔에 출시한것도 매우 이례적입니다.
탁한 편이지만 뿌옇게까지 오지는 않았습니다.
색상은 연두색~밝은 금색으로 보여집니다.
아늑한 풀과 솔, 허브 등과 적당히 새콤상큼한
감귤, 오렌지, 레몬 등의 향이 나와줍니다.
캔 전면 표기대로 Juicy 라는 느낌이 들긴 하나
미국 최신 트렌드 Hazy IPA 에 비하면 얌전합니다.
탄산기는 살짝 있어서 종종 따끔거리긴하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정도로 무겁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고 시음시 걸림이 없는 정도입니다.
희미한 시럽이나 단 과일 맛이 자리잡았으며
입 안에 퍼지듯 발산되는 맛은 풀(Grass),
솔, 민트와 같은 쌉싸름하며 화한 맛이 있고,
감귤, 라임, 오렌지 등등의 과일도 연상됩니다.
후반부에 남는 쓴 맛은 맥 풀린 느낌 없이
나름의 씁쓸한 여운을 주는게 나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파워풀하고 화려한 맥주는 아니나
갖추어야 할 개성은 다 갖춘 맥주 같았습니다.
수도사분들이 인디아 페일 에일 잘 만드시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