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튼 섬의 웨일즈지방 북서쪽에 Wrexham 이라는
인구 6만의 작은 도시가 있고 오늘 시음할 맥주는
Wrexham 양조장에서 만들어낸 필스너 라거입니다.
라거 맥주에 일가견이 있던 독일 출신 이민자가
1881년에 Wrexham Lager Beer 회사를 설립하였고,
금색 라거맥주의 전성시대인 19세기 후반답게
그들의 맥주도 전세계로 수출되어졌다고 합니다.
1939년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들의 전성기는 끝났으며,
이후 칼스버그 그룹에 인수되었지만 2000년에 운영중단됩니다.
그러나 2011년에 Wrexham Lager 브랜드가 부활하여
19세기 초반의 레시피 맥주를 지금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Wrexham Lager 가 홍보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세계 최악의 선박 참사로 알려졌고 영화로도 유명한
영국의 타이타닉호에도 Wrexham Lager 가 선박의 바에
잔뜩 실려있어서 손님들에게 제공되었다는 부분입니다.
타이타닉(Titanic)호의 침몰이 1912년에 발생한 사건이니
당시 Wrexham Lager 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겠네요.
상당히 맑은 외관을 가진 바람직한 금색의 필스너입니다.
곡류의 고소함과 홉에서 오는 꽃, 허브류의 잔잔한 향긋함,
희미한 정도의 시럽과 같은 단 내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탄산기는 적당한 편이라 은근하게 청량한 필스너라 봤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무겁고 진할 필요가 딱히 없는 타입이라
5.0% 알콜도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맛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필스너라는 금색 라거의 탈을 썼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맛 자체는 엠버(Amber) 라거류에서 접할 법한 풍미가 오는데,
약간의 카라멜과 구수한 빵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엔나 멜라노이딘 계통의 맥아가 부여하는 맛과 비슷하네요.
홉의 씁쓸함이나 식물류의 풍미는 특별히 포착되지는 않았으며
옅은 달작지근함과 구수함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납니다.
개인적으로 정보없이 마셨다면 필스너라고 생각치는 않았을테고
약간의 종이와 같은 맛이 나지만 그리 거슬리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풍미가 나왔던 타이타닉호의 맥주였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