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포터(Baltic Porter) 스타일은 본래 영국의 포터 맥주가
북유럽 발트해 연안 국가로 수출되던 것에서 유래한 스타일로,
훗날 발트해 연안 국가의 양조장들에서 현지화되면서
에일 발효가 아닌 라거 발효를 거친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폴란드 또한 발트해 연안에 인접한 국가들 중 하나로
예로 부터 발틱 포터를 만들던 문화가 있는 국가입니다.
폴란드에서 만들어진 발틱 포터 제품이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Zywiec 양조장의 맥주 -
Zywiec (지비에츠) - 5.6% - 2010.05.07
Zywiec 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대형 맥주 브랜드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카스, 클라우드, 테라 정도는 됩니다.
위에 링크한 2010년 시음기를 올린 제품이 메인 라거였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폴란드에서는 대기업 양조장이나
신생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역사와 연관된
발틱 포터(Baltic Porter) 스타일을 적극 다루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오늘 시음하는 Zywiec Porter 는 1881년에 제작된 레시피에 기반했고,
알코올 도수가 9.5% 이기에 발틱 포터라는 스타일에는 적합하지만
대중 맥주회사의 제품치고는 전통을 떠나 대중성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현지에선 캔으로 더 쉽게 유통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근 맥주 학원 업무로 인해 폴란드의 온라인 맥주 샵을 서칭한 적이 있는데,
폴란드의 많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발틱 포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미국 양조장이 IPA 다루는 수준으로 폴란드에서 취급되고 있어서 발틱포터의
정통성을 발트해 여러 국가들 가운데 폴란드가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2025년 현재 국내에 수입되거나 국내 양조장이 만드는
정통 발틱포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하지만,
폴란드 맥주가 꽤 저렴한 편이라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나름 있겠다고 봅니다.
참고로 오늘 시음하는 Zywiec Porter 는 BJCP 스타일 가이드라인
2015, 2021버전에 커머셜 사례로 언급되는 스탠다드 제품입니다.
어두운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넘어가는 색상으로 보여졌으며,
완전히 빽빽한 검은색으로는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고소한 비스킷, 밀크 크래커, 헤이즐넛 초콜릿 같은 향에
동유럽 쪽 홉의 향이라 예상되는 아늑한 꽃과 같은 향이 있습니다.
검은 맥아류의 향이 뚜렷하게 탄내나 로스팅 비터를 내지 않았고,
신내도 없으며 대체로 포근한 향으로 점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탄산감은 보통보다 살짝 낮은 수준으로 9.5%의 어두운 맥주이니
탄산포화도가 높지 않은게 당연하며 탄산감이 높지 않음에도
맥주 자체는 중간무게감보다 살짝 더 높은 정도로 여겨집니다.
당연히 편의점 4캔 만원 라거 드링커들에게는 무겁게 오겠지만
평소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마셨다면 무난하게 다가올 점성입니다.
맥아적인 단맛은 당연히 몰티(Malty)한 맥주였던 만큼
어느정도는 달작지근하게 다가옵니다. 향에서도 언급했었던
밀크 크래커, 헤이즐넛 초컬릿, 약간의 당밀, 카라멜 등등이었고,
맥아에서 기인하는 탄맛은 사실상 희미하다고 보는것이 맞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입맛을 다시면 로스팅 비터가 아닌 고소함이 느껴집니다.
은근히 홉에서 나오는 맛이 치고나오는 편으로 아마도 폴란드산이나
체코산 홉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루블린이나 사츠가 되겠죠.
따라서 홉의 맛도 체코 필스너류와 유사한 꽃이나 허브, 약초와 같은 느낌이 강했고
쓴맛은 없이 단맛이 그래도 위주가 된 가운데 어느정도 홉의 맛을 환기시켜주었습니다.
효모에서 나오는 발효맛은 라거 발효가 예상되기에 거의 없이 깔끔했고,
단맛도 중후반 이후로는 많이 사라지면서 의외의 음용성을 보여줍니다.
알코올 맛은 살짝 있는 편이고 마시고 나니 취기가 도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결론은 국내에서 수입되거나 만들어지는 발틱 포터는
부재료를 넣거나, 배럴 에이징을 하거나, 아니면 원류와 다르게
임페리얼 스타우트처럼 검은 맥아 맛을 강건하게 뽑아내는게 많아,
불만이라면 불만이고, 어느새 내 스스로도 발틱 포터의 원래 맛이
어떤지 점점 미각적 기억이 희미해가고 있었다해도 무리가 아니나
Zywiec Porter 는 저에게 발틱 포터의 원류 맛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환기시켜주었던 맥주로 아주 만족스럽게 마시게 되었습니다.
폴란드의 맥주아 워낙 싼데다가 캔제품이면 더 쌀 것 같은데,
갑자기 든 생각은 Zywiec Porter 를 개인적으로 직구해서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꺼내마셔 볼까 생각하게 하는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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