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에서 생극 양조는 직접 몰팅한 맥아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라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 시음할 맥주는 유기농 싱글 몰트 라거로
이름처럼 단일 맥아만 사용한 라거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싱글 몰트라는 표현을 듣게되면
맥주보다는 위스키에서 사용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블랜딩 위스키에 비해 더 상급 위스키의 이미지가 있긴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하이트의 테라 같은 경우도
싱글 몰트라는 제품을 출시한 이력이 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생극양조의 맥주 -
생극양조 UF 오트 에일 - 6.5% - 2023.06.18
생극양조 농자천하지대본 - 8.7% - 2023.12.26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달리 맥주에서 싱글 몰트는
고급스러운 것 보다는 오히려 단조로움을 뜻하는 편입니다.
맥주 레시피를 짤 때 맥아에 해당하는 부분은 크게
발효에 필요한 당분을 주는 베이스 몰트라는게 있고,
맛과 색에 영향을 주는 스페셜 몰트라는게 있는데,
스페셜 몰트만 가지고 맥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이라
상대적으로 풍미에 영향은 적지만 확실히 발효당분을 주어
알코올 주류 만들어주는 베이스 몰트는 단독으로 사용가능합니다.
즉, 맥주에서 싱글 몰트라는 개념은 베이스몰트만 사용했다는 것으로
설렁탕으로 따지면 아무런 양념이나 건더기를 넣지않은 순수한
사골 국물과 같은 베이스로 맥주를 만들었다는 의미와 유사합니다.
생극 양조는 직접 맥아를 몰팅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의
유수의 맥아 제조소에 비해서는 한정된 종류의 맥아만 생산가능하고,
대체로 그것들은 베이스 몰트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맥아적(Malty)인 맛을 엄청 살리는 편은 아닌
금색 라거라면 '싱글 몰트' 로 제작되는 레시피가 드문 편은 아닙니다.
여러 양조장에서 싱글 몰트라는 용어를 차용하는게
뭔가 심플한 본질을 감춰주는 마케팅적 요소가 있는데,
테라는 그런 축에 속한다고 보지만 생극 양조의 제품은
직접 몰팅한 맥아로 만든 맥주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쇼케이스와 같은 느낌이라 결이 다른 느낌이긴 합니다.
탁한 편은 아니지만 엄청 맑은 편도 아닌 짙은 금색입니다.
고소한 곡물 반죽과 같은 향에 살짝 레몬과 같은 향이 있고
대체로 무난한 페일 라거류의 향을 잘 살린듯한 느낌입니다.
탄산기는 적당해서 많지도 적지도 않게 다가왔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살짝 부드럽고 매끄러운 편이라
나름 페일라거에서는 푹신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맥아적인 단맛은 그리 남는 편은 아니긴 했지만
아예 없는 편은 아니라서 밝은 맥즙 단맛이 있었고,
홉의 맛은 뚜렷한 편은 아니고 쓴맛도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맥아적인 성향을 많이 보려주려는 컨셉때문인듯 하나
그래도 이따금씩 풀이나 레몬과 같은 은은한 맛을 드러내었습니다.
끝에 약간의 시큼함이 있지만 Sour 맥주와 같은 느낌보다는
살짝 시큼한 레몬과 같은 양상으로 만족도를 크게 해치진 않았고,
뒷맛에서는 곡물 반죽이나 흰빵과 같은 고소함이 남아줍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마셨던 맥주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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