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크래프트 맥주 업체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 집시를 언급할 것 같습니다.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서는 자신의 양조장이 없이
레시피와 기술만 갖고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에
위탁생산을 통해 맥주 상품을 갖는 업체들을 두고,
유럽의 방랑자 민족처럼 집시(Gypsy)브루잉이라 일컫습니다.
'서울 집시' 또한 사업 초반에는 자신들의 양조장이 없어서
국내의 다른 양조장에서 맥주를 생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21년 들어서 서울집시는 경기도 광주에 양조장을 설립했으며,
자신들이 하고 싶은 Sour / Wild 계통의 맥주들을 판매했습니다.
종로구 서순라길에 위치한 한옥분위기의 매장에서는
낯설지만 독특한 서울 집시의 맥주들이 사람들에게 선보여졌고,
감성과 분위기에 이끌려 온 사람들 + 크래프트 맥주 매니아들 다수에게
찬사를 받으며 독보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수제맥주 업체가 되었습니다.
특별 맥주를 공개하면 서순라길 매장 근처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구매하는 광경은 서울집시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닐 정도죠.
아무튼 오늘 시음하는 프로방스 베케이션은 포도 껍질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맥주가 되기 전 액체인 맥즙(Wort)을 더하여 자연발효를 이룩한 맥주입니다.
자연발효의 기간이 끝나면 세이보리, 오레가노, 로즈마리 등이 블랜딩되어
산미와 프로방스 허브가 주는 풍미를 구현한 것이 컨셉이라고 합니다.
정석적인 맥주의 재료들만으로는 생성하기 어려운
밝은 핑크색의 색과 탁한 외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콤한 식초, 포도 향에 허브류의 알싸함과 향긋함,
약간의 나무향 등등이 거친 면 없이 화사하게 옵니다.
탄산기는 보통 수준보다는 살짝 적은 편이었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산뜻하지만 적당한 매끄러움과
은근한 온화한 무게감 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맥아 계통에서 나오는 단 맛은 기대할 만한 타입은 아니고,
깔끔하고 개운한 바탕에 적당한 산미와 함께 여러 허브들이
향긋함을 보이는데, 프로방스 음식과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은 줍니다.
산미에 적응되면 점점 포도류와 향긋한 향신료가 더 튀는데,
쓴 맛이나 떫음 없이 기분좋게 다가오는 측면은 있었습니다.
서울집시의 맥주 답게 다소 해석하기 난해한 면은 있지만
컨셉에서 프랑스 남부의 분위기를 느낄만한 풍미는 분명 있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