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Floyds 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으로,
예전에는 소위 매우 잘 나가던 업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던 맥덕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개성있고 독특한 맥주를 내놓는 양조장이던 시절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입 수제맥주가 많이 들어오지 않던
2010년대 초반에, 아주 작은 국내 수제맥주 커뮤니티에서
여러차례 언급되던 맥주가 오늘의 Zombie Dust 입니다.
Zombie Dust 맥주 자체는 엄청 특이한 제품은 아닙니다.
애당초 연중생산 Year-Round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기 때문이죠.
요즘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지도 6-7년이 넘은
Hazy IPA & New England IPA 가 있고 해당 IPA 류의 맛을 낼 때,
가장 많이 각광받고 사용되는 품종의 홉이 몇몇 종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언급될 품종으로 시트라(Citra)라는 홉이 있고,
이름처럼 강렬한 시트러스, 열대과일 맛을 내는 홉이며,
해당 홉은 미국의 HBC 에서 2007~8년 경에 처음 출시했습니다.
3 Floyds 의 Zombie Dust 는 2010년 출시된 페일 에일로,
시트라(Citra)홉을 사용하였고 당시에는 신참 홉이었던,
시트라의 사실상 쇼케이스 장과 같은 맥주가 되어주었습니다.
3 Floyds 양조장의 실력과 명성 + 시트라 홉의 강한 개성이 뭉친
Zombie Dust 는 미국 페일 에일계에서 매우 유명한 제품이 되었고,
10년전의 작은 국내 수제맥주 커뮤니티에서도 명성을 듣게된 것인데,
맥주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 중 하나인 BeerAdvocate.com 에서
사이트에 등록된 수많은 아메리칸 페일 에일들 가운데 지금도
평점순위 1위를 찍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10년 전에도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맥주 스펙을 보면
알코올 도수 6.5%에 IBU 는 60에 달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면 페일 에일이 아닌 IPA 에 해당하는 스펙입니다.
탁하지만 색상은 다소 밝은 호박색을 띄는 페일 에일로,
요즘 느낌의 Hazy Pale Ale 의 샛노란색과는 거리가 있고,
확실히 이전 세대의 아메리칸 페일 에일임을 느끼게 됩니다.
홉에서 기인하는 강렬한 패션푸르츠, 복숭아, 파인애플이 있고,
한 켠에서는 맥아에서 오는 카라멜, 비스킷 느낌이 동반하는데,
10~20년 전 맥아와 홉의 밸런스를 맞추는 페일 에일의 정겨운 향으로,
그럼에도 홉의 향기가 상당히 더 올라와서 꽤나 시트러스하게 옵니다.
탄산기는 보통으로 엄청 청량하게 세팅되진 않았고
질감,무게감은 중간으로 가볍고 연한 페일 에일이 아닌
맥아의 존재감을 바디감으로 어느정도 느낄 수 있네요.
맥아 단맛의 경향성은 있지만 그래도 깔끔한 편이며,
단맛보다는 토스트나 비스킷과 같은 고소함이 더 왔고,
홉이 자아내는 향에서도 언급한 과일류의 캐릭터와
약간의 풀 느낌과 동반하는 씁쓸한 뒷 마무리가 있습니다.
2020년대에 기본적으로 만들어지는 페일 에일은
밝은 색 + 효모 발효 과일 풍미 + 완전 무미한 맥아 + 쓴맛 없음으로
시트라 홉의 맛만 쥬스와 같이 뽑아내는 Hazy Pale Ale 이 많으나,
엠버에 가까운 색 + 효모 풍미 없음 + 고소한 맥아 +쓴맛 여운 등이
시트라 홉의 맛과 겹쳐져 오는 페일 에일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애시당초 저에게 있어서는 초창기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던 시절에
그 시대를 주름잡던 페일 에일은 Zombie Dust 와 같은 계열이라
상당히 익숙하고 친숙하게 왔기에 마음에 들었으며
덧붙여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야기가 알맞은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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