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벨기에 De Ranke 양조장의 XX Bitter 라는
제품의 시음기를 블로그에 올린적이 있습니다.
벨기에식 페일 에일 스타일에 유럽대륙계 홉의
풀 맛이나 쓴 맛 등을 강화한 독특한 제품으로,
전통적으로 쓴 맥주가 많지 않은 벨기에 맥주들에서
홉(Hop)과 관련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제품이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De Ranke 양조장의 맥주들 -
De Ranke Kriek (드 랑케 크릭) - 7.0% - 2010.11.24
De Ranke Guldenberg (드 랑케 굴덴베르흐) - 8.5% - 2013.06.22
Cuvée De Ranke (꾸비 디 랑케) - 7.0% - 2014.04.13
De Ranke XX Bitter (드 랑케 XX 비터) - 6.0% - 2018.03.09
De Ranke Franc Belge (드 랑케 프랑 벨기에) - 5.2% - 2020.07.14
De Ranke Simplex (드 랑케 심플엑스) - 4.5% - 2020.11.25
De Ranke Wijnberg (드 랑케 위즌버그) - 5.8% - 2021.01.13
크래프트 맥주의 스타일 체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XX 비터가 Double IPA 였다면 XXX는 Triple IPA 되려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알콜도수는 변동이 없습니다.
쓴 맛 수치인 IBU 도 겨우 평균 10 정도 차이라 큰 차이가 없는데,
De Ranke 양조장의 설명에 따르면 홉(Hop)의 사용량이
XX 비터에 비해 50% 가량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IBU 의 증가량이 아주 소폭임을 감안하면 쓴 맛과 홉 맛 보다는
사실상 향(Aroma)을 내는 홉에 대다수가 들어갔을 것이라 봅니다.
맥주 이미지 자체가 쓴 맥주로 기억되고 있는 XX 비터인데,
향의 강화로 쓴 맛과 유럽 홉의 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개인적으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되는 XXX 비터입니다.
효모에 조심하며 따르니 맑은 주황빛 금색을 띕니다.
향은 폭발적인 풀, 허브 등의 쌉싸름한 향이 있고,
약간의 레몬이나 흙 등의 유럽 홉 캐릭터가 납니다.
유럽 전통 홉의 오일/에센스가 꽤나 잘 담겨있네요.
강렬한 홉의 향을 내는 맥주들은 IPA 류들이 대부분이라
대체로 열대과일이나 핵과일 등등이 팡팡 터지는게 많았지만
노블홉계 향이 작렬하는 맥주는 정말 오랜만이라 참 맘에듭니다.
탄산기는 보통 수준으로 특별히 청량하지는 않지만
탄산감이 없는 맥주는 아니라서 무디게 오진 않았습니다.
맥아에서 기인하는 카라멜, 시럽 등의 단 맛은 없어
꽤나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맥주 맛을 볼 수 있습니다.
홉의 플레이버는 맛이 향 만큼이나 강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충만한 식물스러운 맛을 포착 가능합니다.
맛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은
XXX Bitter 의 아랫버전인 XX Bitter 에서도 접했었던
뚜렷한 홉의 쓴 맛이었고 XXX 가 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특별히 더 강화되어 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길게 남기에 상당한 여운을 자아냅니다.
확실히 XX → XXX 가 쓴 맛의 강화가 아니라
향(Aroma)의 강화판이라는게 이해가는 제품이고
맛도 좋지만 잔에 따르고 향을 즐기는 기쁨이 큰 것 같네요.
XX Bitter 의 쓴 맛을 감내하고 벨지안 페일 에일과 같은
비주류 of 비주류 스타일에도 적응 잘 하는 사람들에게는
XXX Bitter 의 매력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른들의 맥주와 같은 느낌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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