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에 소재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그레이트 노션(Great Notion)은 트렌드한 맥주를 주로 취급하여,
그들의 맥주 라인업을 살펴보면 독특하고 기괴하다 할 만한
컨셉의 맥주들을 여럿 만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오늘 시음하는 '시리어스 로봇' 이라는 맥주는
기교없이 정갈하고 스탠다드한 맥주를 지향하는데,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7.0% 알코올 도수의 Hazy IPA 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Great Notion 양조장의 맥주 -
Great Notion After Party (그레이트 노션 애프터 파티) - 11.0% - 2021.08.23
Great Notion Double Blueberry Shake (그레이트 노션 더블 블루베리 쉐이크) - 9.0% - 2023.01.29
대략 맥주의 외적인 컨셉은 이렇습니다.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에 와서 인간의 단순한 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맛과 향이 다채로운 Hazy IPA 로 자극한다는 것으로,
사용된 홉으로는 미국의 아이다호7, 모자익, 호주의 갤럭시입니다.
언급된 홉 모두 Hazy IPA 에서 자주 사용되는 강렬한 자극이 있는
품종의 홉들이기에, 특히 페일 라거 위주로 시음했던 사람이라면
특유의 열대과일과 같은 홉 풍미를 좋든싫든 충격적으로 느낄겁니다.
극도로 기술발전을 이룩한 지적 외계 생명체가 지구인 라거 드링커들에게
"이거 한 번 마셔봐" 라고 전달해주는 것이 오늘 맥주의 기본 컨셉 같습니다.
Hazy IPA 다웠던 탁하고 뿌연 밝은 금색, 레몬색의 외관입니다.
향에서는 정석적인 Hazy IPA 의 요소들인 패션푸르츠,
파인애플, 망고, 리치 등등의 열대과일류 향이 가득하며,
Hazy IPA 용 효모가 만들어낸 단내 또한 은근 나왔습니다.
탄산기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은 편도 아니었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 수준으로 매끄럽고 유순하지만
마냥 물처럼 마시기에는 물성이 적당히 있는 맥주였습니다.
아주 밝은 레몬색이 증명하듯 맥아적인 성향은 적었기에
소위 맥아가 만들어내는 단맛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맥아가 빠진 하얀 도화지 위에는 홉에서 나오는 맛들인
열대과일과 약간의 풀과 같은 맛이 뚜렷하게 등장했으며,
농익은 단과일류의 맛이 중후반 이후로는 인상깊게 등장합니다.
Hazy IPA 답게 눈에 띄는 쓴맛은 없었고 달작지근한 마무리에
떫거나 싸함 등의 거친 면모는 없이 끝나는 편이었습니다.
여러잔 마시면 살짝 물릴 것 같은 느낌의 Hazy IPA 맛을 잘 살린
Great Notion의 Serious Robot 으로 맥주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Hazy IPA 의 기본형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줄 교재로도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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