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Guinness)는 아일랜드의 유명한 스타우트
전문 양조장이고, 팀머만스는 벨기에에 있는
람빅 전문으로 블로그에 여러차례 소개했었습니다.
두 양조장이 콜라보해서 탄생시킨 맥주가
오늘 시음하는 Lambic & Stout 라는 제품으로
기네스의 스타우트와 팀머만스 람빅을 섞었습니다.
기네스에서는 1798년부터 만들던 West Indies Porter 와
1944년부터 벨기에로 많이 수출하던 Special Export 스타우트를
팀머만스에서는 Oude Kriek 람빅을 제공하였습니다.
스타우트와 신 맛나는 람빅을 혼합했다하니,
이건 뭐 끔찍한 혼종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옛 영국에서는 스타우트의 전신인 포터를 만들 때,
오래되어서 시큼함이 생겨버린 올드 포터 맥주와
만든지 얼마 안 된 포터를 감각적으로 섞어서 판매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은 포터나 스타우트 등을
2-3백년 이전의 느낌을 낸다고 Sour 속성을 불어넣어 만들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벨기에에 지금도 존재하는 플랜더스 레드 스타일이나
플랜더스 올드 브라운 같은 맥주들 또한 포터와 비슷한 문화를
공유했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포터와 다르게 Sour 쪽으로 분류됩니다.
크릭람빅 & 스타우트라는 면을 보면 플랜더스 레드나
올드 브라운과 비슷한 면모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스타우트 + 크릭 람빅의 조합이다보니
색상은 자연스럽게 검은색에 가깝습니다.
람빅에서 오는 산미가 체리가 곁들여진 시큼함으로
검은 계통 맥아에서 나오는 탄 내도 어렴풋하지만
향에서는 확실히 크릭(체리)람빅의 존재감이 더 큽니다.
탄산기는 무딘 정도로 청량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수준으로 연하지도 질지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난한 5% 대의 맥주였습니다.
약간의 카라멜, 체리 등의 달콤함과 시큼함이 결합한
맛이 느껴지긴하나 단 맛이 뚜렷한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산미는 날이 서있지 않고 적당한 시큼함만 보여주는데,
식초같은 느낌으로 나오지 않았고 맥아적인 단 맛과
결합된 부분이 플랜더스 올드 브라운과 닮은 구석도 있습니다.
다만 맥아 단 맛과 산미를 느끼고 후에 남는 후반부의 맛은
벨기에 전통 에일에서는 느끼기 힘든 검은 맥아의 로스팅쪽으로
로스팅 커피나 단 맛 없는 초콜릿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람빅이 스타우트와 결합되었고 기반이 크릭인 것도 있다보니
나무 배럴 느낌이나 브렛(Brett) 특유의 떫은 느낌이 적게 나타났습니다.
이벤트/콜라보 성격으로 탄생한 맥주이지만 만약 이 맥주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플랜더스 레드에서 검은 맛이 더 해졌으니,
'플랜더스 블랙 에일' 이라고 부르면 어울릴 것 같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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