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마셨던 옴메강(Ommegang)의 에비 에일(Abbey Ale)이
벨기에 수도원식 두벨(Dubbel) 스타일의 맥주였다면,
오늘 마시게 될 세 철학자(Three Philosophers)는
두벨 보다 두 단계 높은 수위의 맥주라 칭할 수 있는
쿼드루펠(Quardrupel)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두 제품이 불과 1.3% 의 알콜도수의 차이를 보이기에,
'그럼 가운데 트리펠(Tripel)은 어디에 속하는지?' 가
잠시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세 철학자' 는
옴메강 양조장에서는 가장 강한 풍미를 지닌 맥주가 되겠습니다.
- 블로그에 소개된 다른 옴메강(Ommegang)의 맥주 -
Ommegang Abbey Ale (옴메강 에비 에일) - 8.5% - 2012.05.15
'세 철학자' 라고 옴메강 양조장에서 이름을 지은 까닭은
어찌보면 매우 진지하고 심오하게 저에게는 다가왔습니다.
맥주 설명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구는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으로
"실재를 만들 준비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철학자라 불릴만 하다" 인데,
옴메강은 자가양조가 들의 웅대한 상상력을 실재하는 것으로 옮기고자
깊은 카라멜과 초컬릿 풍미를 가진 스트롱 에일을 만들 것을 심사숙고 합니다.
이를 실천에 옮긴 옴메강은 여러 시도를 통해 98% 까지는
그들의 열망에 맞게 실현시켰으나.. 2%가 부족했다고 하는데,
그 2%를 채우기 위한 번뇌는 체리를 통해 해결하였다고 합니다.
자가양조가, 옴메강의 창작을 위한 고뇌의 산물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소비자들이 이를 마시면서 맥주를 신중히 평가하며,
더불어 스스로가 누구인지 사색에 잠겨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 철학자(Three Philosophers)' 라는 명칭을 가진 것이죠.
짙은 붉은색을 띄던 옴메강 '세 철학자' 맥주에서는
상당히 뚜렷하게 피어오르는 향들이 있었는데
주로 카라멜, 체리, 약간의 알콜의 향이 혼재했습니다.
거품은 매우 진득하여 짙게 상층에 깔리는게 육안에 확인되며,
탄산의 기운이 쿼드루펠이란 왠지 묵직한 스타일의 맥주에는
다소 많다 느껴질 만큼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확실히 질감은 부드럽고, 일반적인 페일 라거맥주를 즐겨마시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런 묵직함도 가진 것임은 분명하지만
저에게는 아무래도 탄산의 기운이 깊은 풍미를 음미하는데 방해가 된 듯 했죠.
맛에서는 우선적으로 체리의 시큼함이 강하게 돌다가
마치 체리잼이 삽입된 카라멜을 접하는 듯한 단 맛으로 선회합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체리의 세력이 약해지면 초컬릿스러운
맛도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달고 체리의 영향력이 센 맥주였습니다.
일단 맥주 스타일이 지금과 같은 더운 여름에 어울리지 않았던게,
시음하면서 아쉬웠던 대목이었으며, 뭔가 폭발적인 창조성보다는
쿼드루펠이란 접하기 힘든 스타일에서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느낌이었죠.
미국식으로 재해석한 벨기에 쿼드루펠이라고 형용하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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