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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아일랜드

Smithwick's Superior Irish Ale (스미딕스 슈피리어 아이리쉬 에일) - 3.8%

by 살찐돼지 2012. 2. 29.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에일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스미딕스(Smithwick's) 슈피리어 아이리쉬 에일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으로는 아이리쉬 레드 에일(Red Ale)로
영국 에일의 기본이 페일 에일이라면, 아일랜드는 레드 에일이죠.

영국의 페일 에일이 약간 화사한 꽃 향과 과일 맛의 홉(Hop)위주라면
아이리쉬 레드 에일은 구워진 토스트 같은 맛, 부드럽고 진한 느낌에
홉의 활약상은 많이 배제된 맥아(Malt)의 특징이 강합니다.

스미딕스와 같은 식구인 킬케니(Kilkenny)가 작년 가을쯤에
먼저 들어와 한국에 아이리쉬 레드라는 새로운 장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기네스 드래프트와 같은 과한 질소 주입때문에 '정통' 아이리쉬 레드라긴 어렵고,

'몬티스의 셀틱 레드' 가 오리지날에 유사한 풍미를 보여주었지만..
뉴질랜드 출신라는 점에서 정통성은 없었던 제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일랜드의 스미딕스(Smithwick's)가
수입되었으니 더 이상 정통성을 논할 필요가 없게 되었네요.


1965년 기네스에 인수되어 디아지오의 일원이 된 스미딕스이지만,
1710년 존 스미딕스가 설립한 이래로 9대째 가업으로 이어져오던
아일랜드에서는 매우 유서깊은 양조장입니다.

존 스미딕스(Smithwick's)가 1710년 설립당시,
양조장을 건립한 부지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이 있던 곳으로
그곳은 12세기부터 수도사들이 맥주를 양조한 역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1537년 헨리8세의 종교개혁으로 가톨릭 수도원이 탄압받게 되었고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을 비롯한 여러곳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창시자 존 스미딕스가 수도승들의 맥주 비법을 직접
계승했다는 것은 연결고리도 약하고, 억지 같아 보이지만..  

수도원이 폐쇄된 뒤, 킬케니市에 여전히 남아있던
수도승들의 양조 비법이 1710년까지 보존되어
존 스미딕스에게까지 전달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미딕스가 벨기에의 애비(Abbey) 에일처럼 수도원 출신임을
그리 강조하지 않고, 1710년을 시작년도로 명시하는 만큼
현재의 스미딕스를 통해 12~15세기 수도원의 맛을 느낄 순 없겠죠.

어쨌든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유럽맥주에 있어서 수도원과
맥주를 양조하는 수도승들의 존재는 정말 크군요.


진득하게 상부에 드리워진 거품때문인지
맥주로부터 올라오는 향은 차단된 듯 했고,
색상은 '레드 에일' 답게 붉은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킬케니는 질소로 무장된 맥주여서 극강의 크리미함이 돋보이나
스미딕스는 유리면 옆면에 붙은 기포가 보여주듯이
약간의 탄산감 + 질소의 크리미함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크림같은 부드러움과 아주 조금의 탄산감,
진득함이 주는 풍성함도 있지만 무게감이 낮고 연해서
일반적인 맥주 음용자들도 적응하기엔 큰 무리 없겠네요.

역시나 상단의 크림층이 짙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크림거품의 맛이 나는데 딱히 맛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질소거품을 좋아하지 않아 밋밋할 뿐입니다.

확실히 향이든 맛이든 홉의 존재감은 적었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대신 붉게 로스팅된 맥아의 구워진 빵과 같은 고소한 맛에,
구워진 빵과 같은 고소한 맛에.. 이외에는 다른 맛이 없었습니다.

원래 아이리쉬 레드(Irish Red)라는 스타일 자체부터가
100t 망치에 내려찍히는 충격과는 아예 거리가 먼 맥주이기도 하고,
게다가 3.8%라는 낮은 도수에 저자극 컨셉으로 나온지라,

스미딕스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함과
 맛과 향의 다채로움을 애시당초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대가 크지 않았으니 저는 실망감도 크지 않았지만,
다른 음용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기네스 특유의 부드러움은 좋은데 쓰다 ☞ 킬케니로,
기네스든 킬케니든 크림층이 밋밋하다 ☞ 라거(Lager)로,
과일이나 꽃과 같은 맛, 향이 좋다 ☞ 영국식 에일 or 바이젠
이기에..

누구에게 권하기에 좀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이드네요.
킬케니가 세다고 느껴지시면 스미딕스에 시도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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