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별 맥주들/벨기에

St. Feuillien Grand Cru (생 푀이엔 그랑 크뤼) - 9.5%

by 살찐돼지 2022. 8. 8.

 

생 푀이엔(St. Feuillien)은 벨기에 전통 맥주 브랜드로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던 레시피의 맥주들이 근간입니다.

 

두벨-트리펠-쿼드루펠과 벨지안 블론드가 주축이지만

수도원과 연관이 없는 다른 벨기에식 전통 맥주들인

 

세종(Saison)이나 그리셋(Gristte) 등과 같은

벨기에 농부나 광부들이 마시던 맥주들도 취급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생 푀이엔(St. Feuillien) 브랜드의 맥주들 -

St. Feuillien Saison (생 푀이엔 세종) - 6.5% - 2017.11.10

St. Feuillien Triple (생 푀이앤 트리플) - 8.5% - 2019.03.04

St. Feuillien Quadrupel (생 푀이엔 쿼드루펠) - 11.0% - 2021.06.08

St-Feuillien Belgian Coast IPA (생 푀이엔 벨지안 코스트 IPA) - 5.5% - 2021.09.28

 

 

오늘 시음하는 맥주는 그랑 크뤼(Grand Cru)로서

프랑스 와인에서 최상급 와인 등에 붙이는 용어입니다.

 

이름에 어긋나지 않게 매우 섬세하게 만들어진 맥주로

기본 스타일은 벨지안 골든 스트롱 에일에 해당합니다.

 

홉의 풍미를 더 살리기 위해 발효 전후로 홉을 추가하는

드라이 홉핑(Dry Hopping)이 오늘의 맥주에도 진행되었는데,

 

전통적인 벨기에 에일에서는 상당히 드문 작업이기에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쪽의 기법이 전통에 접목된 셈입니다.

 

정확히 어떤 품종의 홉으로 드라이 홉핑을 진행했는지

여기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블 홉이 주력이라하니

독일이나 체코 쪽의 아로마 홉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색상은 살짝 오렌지 빛이 감도는 금색이었고

특별히 맑거나 탁하진 않지만 소복히 쌓이는 거품과

잔 밑에서 올라오는 탄산 기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홉핑한 홉에서 나오는 것이라 판단되는

풀, 감귤, 박하, 라벤더 등등의 향이 나와서

미국계통 홉도 섞인 것인가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벨기에 에일 효모에서 오는 발효 향들인

정향, 잘 익은 사과, 배 등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향은 꽤 우아하고 향긋해서 이름에 어울립니다.

 

탄산기는 분명 느껴지지면 식도를 따끔하게하는

짜릿한 탄산감보다는 몽글몽글한 기포에 가깝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 수준이라 보았습니다.

 

밝은색의 알콜 도수 높은 벨기에 에일이 대체로

질감/무게감에서는 도수에 비해 상당히 가볍고

연하며 산뜻해서 편하게 들이킬 수 있는 편인데,

 

St. Feuillien Grand Cru 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탄산기가 살짝 날라가고 온도가 올라가면

조금씩 안정감과 진득함이 생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풀바디 끈적한 맥주로 가진 않습니다.

 

맥아에서 비롯한 단 맛 캐릭터는 많지 않습니다.

흔한 밝은 맥즙의 느끼한 류의 단 맛도 없었는데,

 

대체로 도수높은 벨기에 밝은 에일 맥주들이

발효를 끝까지 진행하여 잔당감을 없애는 편이라,

 

단 맛이라면 효모 발효에 의해서 생성된 발효 단 맛 뿐으로

약간의 바나나, 사과 주스 등등을 연상시키는 정도였습니다.

 

효모 발효 단 맛과 더불어 알싸한 정향, 화이트 페퍼 같은 맛은

홉에서 나오는 허브, 풀, 박하 등등과 겹쳐져서 입 안을

향긋함과 쌉싸름-알싸함으로 채워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중후반부의 맛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가운데

약간의 홉의 씁쓸함이 남아주는 양상이었으며,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던 부분으로

향긋하고 화사하고 우아하고 말끔하게 오는

St. Feuillien Grand Cru 의 풍미에 있어서

 

마지막에 잔잔한 씁쓸함으로 전환시키면서

다채로움의 추가와 그냥 엘레강스한 맥주라는

이미지로 덮어지려는 것을, 다시 정정해주는,

이 부분 때문에 더 흥미롭고 음용성도 사는군요.

 

 아무튼 시음기가 길어졌다는 것은 쓸게 많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꽤 만족스럽게 마셨다는 것으로

그랑 크뤼라는 호칭을 붙이려면 이정도는 되야된다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