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루어리(The Bruery)의 버번 배럴 에이징 시리즈로
크로놀로지(Chronology)라는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말로 연대표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맥주는
영국의 올드 에일(Old Ale)이나 스코틀랜드의
위 헤비(Wea Heavy)와 같은 맥주를 양조한 뒤,
버번 위스키 배럴에 넣어 숙성시켜 완성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배럴 에이징 맥주들과는 다르게
묵힌 시간에 따라 상품을 별도로 내는게 특징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더 브루어리(The Bruery)의 맥주들 -
The Bruery Mash & Coconut (더 브루어리 매쉬 & 코코넛) - 13.1% - 2019.02.26
크로놀로지(Chronology)는 네단계로 나뉩니다.
6, 12, 18, 24 로 6개월 차이의 편차를 둡니다.
오늘 시음하는 맥주는 스코틀랜드식 위헤비를
18개월 버번 위스키 배럴에 묵혔다 나온 것으로,
연대기에서는 세 번째에 속하는 제품입니다.
아직 6개월과, 12개월을 마셔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이 맥주는 6,12,18,24 를 모아놓고
같이 시음을 해서 배럴 에이징의 시간흐름에 따른
맛과 향의 변화를 확인하는게 묘미가 아닐까 봅니다.
이런 형태의 시음을 맥주에서도 버티컬 테이스팅이라 하는데,
생각해보면 혼자 한 병을 마셔야 시음기를 올리는게 원칙인
제 블로그 같은 곳에는 크롤놀로지 같은 컨셉은 어울리지 않겠네요.
맥주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모여서 조금씩 나눠 시음하는게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홀로 평균 13도의 알콜도수의 맥주들을 4개나 시음할 자신이 없습니다.
갈색-어두운 갈색을 띄는 맥주가 보입니다.
바닐라, 메이플, 토피, 마지팬 등등의 단 내가
상당히 강하며 상대적으로 배럴의 떫거나
텁텁한 나무 향은 나타나지 않고 단 향이 강합니다.
도수가 14.2% 이다 보니 알콜도 숨길 순 없네요.
탄산은 의외로 조금 있지만 탄산이 있다는 걸
포착하는 정도이지 상쾌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에이징이 되면서 당분이 많이 소멸되었는지
질척이거나 끈적이면서 육중함이 아니라
몰트 위스키를 마실 때 정도의 질감과 무게감으로
맛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더욱더 위스키스러웠습니다.
확실히 향에비해서 맛에서는
위헤비 특유의 맥아적인(Malty) 성격이
끈덕지는 단 맛과 같이 등장하진 않았습니다.
의외로 첫 맛은 나름 개운한 편이었으며 향에서
나왔던 단 향들은 그런 뉘앙스정도로만 맛이 납니다.
단 맛이 적다보니 맛에서는 향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배럴의 나무 맛 등이 더 나오며 알콜이 좀 더 튑니다.
아주 살짝 스모키하거나 페놀 같은 화한 면모도 보이는데,
단 맛이 강했다면 이 맛은 아주 부수적인 맛으로 나왔을 겁니다.
홉의 쓴 맛 등은 기본 스타일이 위 헤비라 적을 수 밖에 없고
알코올 맛으로 끝이 장식되기에 정말 마시면서 위헤비라는
맥주보다는 버번 위스키 마시는 끝 맛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맛의 복잡성은 떨어집니다.
도수는 높은데 맥아적인 풍미와 질감이 경감되어
사실 위헤비인지 발리 와인인지 의미가 없어졌네요.
개인적으로는 24개월 버전보다는 6개월 버전을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게 조금 더 위헤비스러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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