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Brugge)는 벨기에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이곳을 대표하는 De Halvemaan 이라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De Halvemaan 의 맥주가 정식 수입되고 있는데,
'스트라페 헨드릭' 이라는 맥주들이 예전부터 판매되고 있고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이름 하나는 강렬했던 이것도 여기 소속입니다.
오늘 시음하는 Blanche De Bruges 는 1984년 출시된
벨기에식 밀맥주로 큐라소 오렌지 껍질과 코리엔더(씨)가 들어갔습니다.
본래 이 맥주는 1984년 “De Gouden Boom” 이라는
De Halvemaan 과 가까운 관계에 있던 양조장에서 만들었던
출시 후 큰 히트를 쳤던 맥주였다고 홈페이지에 나와있습니다.
훗날 벨기에의 맥주 대기업이자 하이네켄 그룹의 소속인
Alken-Maes 에 브랜드가 넘어갔으나, 작년에 De Halvemaan 이
다시 브랜드를 거두어들임으로서 현재 이곳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브뤼헤를 대표하는 밀맥주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가졌으며,
Tarwebier 는 영어로 Wheat Beer, 우리말로 밀맥주입니다.
이름은 브뤼헤 지역의 화이트(맥주=밀맥주)라는 뜻이며,
예전에 국내에 있었던 이 맥주와 유사한 방식의 이름입니다.
다만 출신이 브뤼셀이냐, 브뤼헤냐가 다른게 포인트네요.
예상했던대로 탁한 상아색, 밝은 레몬색을 띄었습니다.
향긋한 코리엔더(고수)의 향이 올라오고 있었고
새콤한 오렌지나 요거트류의 시큼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벨기에식 밀맥주에 맞게 향은 예쁘게 나왔더군요.
탄산기는 적당히 있는 편으로 무난한 청량함을 선사하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연하고 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맥주가 무겁고 끈적하다는건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맥아적인 단 맛은 경쾌한 성질에 맞게 사실상 없었다고 봤고,
매우 깔끔하고 담백한 바탕에 향긋한 코리엔더의 맛과
큐라소 오렌지나 레몬스러운 맛이 슬며시 등장해줍니다.
홉의 쓴 맛과는 다른 약간의 후추나 민트와 같은
씁쓸하고 알싸한 맛이 밀의 고소한 맛 조금과 합쳐져
사실상 끝 맛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향에 비해서 맛의 세기나 지속력은 다소 약한 편으로
향을 느끼고 마시고 나면 맛은 빠르게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브뤼헤의 대중 밀맥주로서 편하고 질리는 맛 없이 진행되는
제품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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