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호기심을 자극시킨 맥주가 등장했는데,
바로 오늘 시음할 샤포 바나나(Chapeau Banana)입니다.
벨기에의 Sour Ale 인 람빅(Lambic)스타일이며,
원초적인 Traditional 과 대중적인 Sweet 가운데서
오늘 맥주는 Sweet Lambic에 해당하는 제품입니다.
그냥 전면 라벨에 큼직하게 그려진 바나나만 봐도
달 것 같은 느낌이 확 드는게 Sweet 계열일줄 알았습니다.
벨기에 람빅(Lambic) 맥주에 과일을 넣는 일은 흔하며,
Traditional/Sweet 계열을 막론하고 자주 첨가되는 과일이 있습니다.
유명한 것들로는 Kriek(체리)나 Framboise(라즈베리),
Peche(복숭아), Cassis(블랙커런트), Pomme(사과) 등입니다.
람빅 양조장의 창의성(?)에 따라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어쩌면 오늘의 주인공 샤포(Chapeau)가 그런 사례로,
바나나(Banana), 정확히는 농축 바나나 쥬스를 넣었습니다.
옛날 '몽고조' 라는 맥주 브랜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아무튼 바나나 람빅은 처음이라 어떤 조합일지 기대됩니다.
탁하진 않지만 맑다고 보기도 어려웠고
색상은 밝은 구리색을 띈다고 봅니다.
거품은 하나도 없는데 람빅이니 이해합니다.
바나나 껍질을 열면 맡을 수 있는 향이
가장 우선적으로 맥주에서 나타나 줍니다.
바나나 단 내가 점차 코에서 적응해가면
이후 약간의 시큼한 식초 향이 나왔네요.
향 자체는 복잡하지 않은 편입니다.
탄산감은 적습니다. 존재감이 거의 없네요.
질감이나 무게감은 3.5%의 맥주치고는
조금 부드럽고 매끄러운 양상이었습니다.
마냥 물 같이 연하고 경쾌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맛의 구성도 바나나 + 신 맛입니다.
살짝 적응 안되는 맛이 등장해서 당황했는데,
약간 바나나 위에 레모나 뿌린 것 같았습니다.
신 맛이 아주 도드라지는 건 아니고 단 맛에 묻히지만
신 맛이 바나나 단 맛과 함께 표출되어 초반에 잠깐
위에 서술한 시도해 본 적 없는 맛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신 맛이 미약해지면 그 자리는 은근한 곡물/밀 등과
견과/토스트와 유사한 텁텁하지 않은 고소함이 나왔는데,
초반 후반 가릴 것 없이 쭉 자리를 지켜주는 바나나와 결합하면
의외로 좋은 캐미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뜬금없이 여기서
Banana Bread 와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름 맛있게 새롭게 마실 수 있었던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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