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 브뤼셀 북쪽에는 메헬렌(Mechelen)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에 Het Anker 양조장이 소재했습니다.
Het Anker 양조장을 대표하는 맥주라면 국내에도 있는
굴덴 카롤루스(Goulden Carolus)라고 할 수 있는데,
클래식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굴덴 카롤루스와 달리
오늘 시음하는 Maneblusser 는 메헬렌 시민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꽉찬 맛의 맥주 컨셉을 가졌습니다.
이 맥주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옛날에 술취한 한 사람이
메헬렌 시에 있는 성 럼볼트 타워를 바라보았는데,
마침 안개에 가려진 달이 탑과 겹쳐보이면서 붉은 빛을 내었고
이를 취한 사람이 탑에서 불이났다고 착각하여 소리쳤고,
이에 알람이 울려 사람들이 불을 끄려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달이 불을 소화해줬다해서 'Maneblusser' 라 했다합니다.
그래서 라벨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듯한 남자가 그려져있네요.
아무튼 오늘의 Maneblusser 는 벨기에식 블론드 에일로,
코리엔더와 오렌지 껍질이 들어간 것도 특징입니다.
다소 탁한 편이고 짙은 금색에 가까운 외관입니다.
레몬, 코리엔더, 바나나, 꿀, 시럽 등등의 달고 향긋한
그러면서도 밀과 같은 고소한 면모가 있었습니다.
향긋한 벨지안 화이트와 매우 유사한 향기였습니다.
탄산감은 적당합니다. 은근한 청량함이 느껴졌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메헬렌 시민이 편하게 마시기 좋게
가볍고 연하며 무난한 성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바나나, 꿀과 같은 단 맛이 첫 모금에는 느껴지지만
끈덕지게 남는 맥주는 아니라서 개운한 편입니다.
입 안에 향긋하게 퍼지는 코리엔더와 오렌지 느낌,
약간의 알싸한 향신료 맛 등이 동반했으며
단 맛이 없기에 씁쓸한 맛이 살짝 느껴집니다.
맛은 벨지안 화이트 쪽과 닮았지만 시큼한
요거트 같은 부분이 많이 빠진 상태이며,
곡물과 같은 고소한 맛이 희미하게 남습니다.
살짝 떫은 느낌이 끝 맛에 남기는 하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판단했고,
컨셉에 알맞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향긋한 맛으로 산뜻하게 만들어진 맥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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