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오이디푸스의
팬티(Panty)라는 이름의 스타우트가 오늘 주인공입니다.
영어로 Panty 는 하의 속옷을 의미하지만 네덜란드어로는
스타킹이나 타이즈 같은 질긴 재질의 옷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라벨에 남성이 쫄쫄이를 입고 있는 그림이 있네요.
오이디푸스가 맥주 이름을 단순히 우스꽝스러워 보이려고
팬티라고 지은게 아닌, 나름 맥주의 컨셉과 연관이 있더군요.
- 블로그에 리뷰된 오이디푸스(Oedipus) 양조장의 맥주들 -
Oedipus Thai Thai (오이디푸스 타이 타이) - 8.0% - 2019.10.11
오이디푸스에서는 도수가 그리 높지 않고 달지 않지만
질감, 무게감이 진득하고 끈적한 스타우트를 원했습니다.
스타우트의 강화판인 더블 스타우트(Double Stout)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높은 도수와 달아지는걸 원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맥주의 밀도와 점성을 높이기 위해 택한 재료는
호밀(Rye)이었으며, 이럴 때는 보통 귀리(Oat)를 써도 됩니다.
다만 귀리는 맛이 고소한 편이고 호밀은 알싸한 경향입니다.
그리고 홉은 미국의 캐스케이드(Cascade) 홉을 사용했는데,
자몽 맛으로 대변되는 풍미의 홉이나 이것이 검은 맥아 풍미와
결합하면 감초와 같은 맛을 낸다고 오이디푸스는 말합니다.
아메리칸 스타우트(American Stout)류에서 캐스케이드가 들어간
제품들을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의 맛을 돌이켜보면
페일 에일 같은 시트러스보다는 쌉쌀한 풀 같았던 기억이 있네요.
새까만 외관이나 군데군데 효모 알갱이가 보입니다.
검은 맥아의 로스팅된 커피, 다크 초컬릿이 적당했고
풀, 감초, 약간의 시트러스한 홉의 향기도 있습니다.
매우 정직한 느낌의 스타우트 향이라 판단했습니다.
탄산감은 살짝 있어서 탄산이 무디다 생각되진 않지만
질감이나 무게감은 도수에 비해 조금 더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인상적입니다.
중간 수준의 무게감은 무게감인데 조금 더
찰진 느낌이 있는 스타우트 같다고 봅니다.
제품 설명에도 나와 있듯 맥아적인 단 맛을 지양해서
카라멜이나 초컬릿, 토피 등등의 단 맛은 거의 없습니다.
향에서 언급했던 흑맥아 고유의 로스팅 풍미가
거칠거나 매캐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게 적당히 나왔어서
확실히 더블/임페리얼 스타우트 계와는 거리를 둡니다.
홉의 풀이나 송진, 솔 등의 맛도 담백한 바탕이라
충분히 드러나나, 향에서 그리 활약이 없었다고 보는
호밀(Rye)의 알싸하고 살짝 맵싸한 느낌까지 주는 풍미가
홉의 맛과 결합하여 입 안을 화하게 만들어주는 묘미가 있네요.
호밀(Rye)이라는 캐릭터가 스타우트에서는 풍미는 질감이든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로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가 드문데,
오이디푸스의 팬티(Panty)는 맛에 있어서는 호밀이 나머지
(검은)맥아와 홉보다는 조금 더 선두에 서서 이끄는 경향입니다.
흥미로운 캐릭터로 다가오면서 맛도 만족으러운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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