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스타일의 종주국을 뽑으라면 다섯 국가가 나올텐데,
독일, 체코, 영국, 미국, 벨기에 등등이 해당합니다.
각국의 일반적일 수도 있고 보수적인 성향의 양조장들은
자국의 맥주 스타일을 다루는데 전념하는 경향이 있는데,
크래프트 맥주를 다루는 양조장들은 자국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의 고유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Rügener Insel 양조장의 맥주 -
Rügener Insel Baltic Stout (뤼게너 인젤 발틱 스타우트) - 7.5% - 2022.09.24
Rügener Insel Seepferd (뤼게너 인젤 지페어트) - 5.6% - 2023.05.29
독일의 젊은 감각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으로 꼽히는
Rügener Insel 에서는 옆나라 벨기에 전통 스타일인
벨기에 농주(Farmhouse Ale)인 세종(Saison)을 다뤘는데,
독일 양조장의 세종이라니까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원더걸스가 Gee 를 부르고 소녀시대가 Tell me 를 부르는 느낌이나,
나름 2019년과 2020년에 국제대회에서 Saison 부분 수상한 제품입니다.
다만 수상경력과 퀄리티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생각할 부분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벨기에 전통의 Saison 맥주들이 진출하여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에 판매되기에 빛이 바래는 느낌은 있네요.
세종(Saison)치고는 통상에서 벗어난 탁한 호박색을 띄며,
카라뮈닉 3 맥아라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의 외관입니다.
그래도 향에서는 밝은 금색의 세종들과 마찬가지로
허브, 풀, 사과, 배, 약간의 캔디 같은 단내가 왔고
붉은 카라멜 맥아의 단내는 딱히 느껴지진 않습니다.
탄산기는 보통 이상이라 청량함을 느낄 수 있었고,
붉은 외관과 달리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연해서
금색 페일 라거 급으로 마시기 어렵지 않은 맥주였습니다.
맛의 경향에서도 카라멜 맥아의 단맛은 거의 없었으며,
더불어 나타날 수 있는 고소한 토스트 쪽도 결여됩니다.
단맛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발산되듯 퍼지는 맛이 강한데,
향에서는 그리 파워를 발휘하지 못했던 코리엔더가
향긋하면서 레몬과 같은 맛을 주되게 등장하였습니다.
맛에서 코리엔더의 존재감이 빛나서 병에 붙여진
수입 스티커의 재료사항을 살펴봤더니 고수가 있네요.
세종에 흔치 않지만 고수나 오렌지 껍질이 들어가긴 합니다.
게다가 세종(Saison)의 고유한 맛인 배, 사과와 같은 상쾌한
발효 풍미가 홉에서 나오는 허브, 풀과 겹쳐져 왔으며,
여러 요소들이 겹쳐져 오는 알싸함이 후반에 포진했습니다.
향긋면서 적당히 Spicy 한 독일에서 만든 세종(Saison)으로
맥아적인 부분을 굳이 강조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왜 색상을 호박색(Amber)으로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지만,
아무튼 맥주 자체로는 꽤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 보았으며,
정통에서는 살짝 비틀어진 컨셉이라 마시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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