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Unibroue 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벡(Quebec)에 소재하였습니다.
오늘 시음할 모디테(Maudite)라는 제품은 꽤 오래전인
1992년에 처음 출시된 벨기에식 두벨(Dubbel)스타일로,
트리펠(Tripel)인 'La Fin Du Monde' 와 함께
Unibroue 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유니브루(Unibroue)의 맥주 -
Unibroue La Fin Du Monde (유니브루 라 팽 뒤 몽드) - 9.0% - 2018.10.03
모디테(Maudite)의 라벨에는 여러 사람이 탑승한
하늘을 나는 카누가 그려져있는데, 이는 퀘벡 전설이라 하는
갤러리 헌트의 상징적인 장면을 디자인에 넣은 것입니다.
퀘벡 지역의 벌목꾼들이 새해 전날에 매우 멀리 떨어진
애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기에
악마와 계약을 맺어 하늘을 나는 카누를 타고 다녀오는 것으로,
운행하는 동안 악마가 제시한 몇몇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면
그들의 영혼은 사라지게 된다는 스토리의 전설입니다.
맥주를 하는 사람으로서 봤을때 보통 악마와 연계되는 맥주들은
Duvel 을 비롯한 벨지안 골든 스트롱 에일쪽에 많이 보였으나,
벨기에 수도원 타입인 Dubbel 스타일에 악마가 그려진 것은
오늘의 모디테(Maudite)말고는 흔하지 않은 사례라 보았습니다.
색상은 붉은색에서 갈색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봅니다.
정석적인 두벨(Dubbel)스타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향인
검붉은 건과일류인 자두, 건포도 등등의 향이 나왔고
잼이나 카라멜과 어두운 캔디슈거 같은 단내도 나옵니다.
효모에서 오는 약간의 정향과 같은 알싸함도 향긋하네요.
탄산기는 보통으로 청량함이 무디진 않지만 많지도 않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 수준의 바디를 가진 맥주였고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아닌 차분하고 안정적인 감도입니다.
맥아가 발생시킨 단맛은 카라멜, 붉은 건과일, 약간의 당밀 등
색상에 어울리는 단맛의 뉘앙스를 지녔지만 끈덕지게 달지 않고
중반부터는 꽤 깔끔해지면서 이때 존재감있게 등장하는 맛은
오렌지나 감귤류와 같은 새콤한 맛이 인상적이게 다가왔으며,
덩달아 오는 벨기에 에일 효모 발효 풍미의 알싸함도 눈에 띕니다.
쓴맛이나 떫은 맛은 없이 위에 열거한 맛들이 사라지고 나면
깔끔하고 간결한 마무리를 지녀서 다음잔을 또 마시기 좋았고,
벨기에 정통 두벨류와는 살짝 다른 맛을 가진 제품이면서도
두벨스타일의 기본은 또 잘 지켜나간 맥주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라벨에 그려진 악마때문에 빡센 맥주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런 면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디테(Maudite)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