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페일 에일' 의 시음기 편에서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주세법 개정으로 위탁으로 맥주를 공급받던
수제맥주 펍들이 자신만의 양조장을 갖추게 되었다고 했는데,
경기도 김포에 양조장이 있는 크래프트브로스(Craftbros)도 마찬가지로
오늘 시음하는 로보(LOBO)또한 위탁시절에 만들어지던 맥주였습니다.
현재 크래프트브로스는 우리나라에서 IPA 스타일을 잘 다루는
양조장들 중 탑급으로 손꼽히는 업체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양조장을 갖추기 이전부터 벨기에식 밀맥주나 임페리얼 스타우트 등
여러 스타일의 맥주들을 시도하며 손님들에게 제공했던 업체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크래프트브로스 양조장의 맥주들 -
크래프트브로스 원더 페일 에일 - 5.7% - 2021.04.27
크래프트브로스 슈퍼 IPA - 6.4% - 2021.11.05
크래프트브로스 무심코 - 4.7% - 2022.09.22
크래프트브로스에서 취급하던 스타우트(Stout) 맥주로
그리즐리 스타우트라는 곰이 모델인 제품이 있었으며,
로보(LOBO)는 해당 제품의 풍미 상향버전이라 여겨지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나름 크래프트브로스의 세계관에는
그리즐리와 늑대왕 로보는 함께 숲에 사는 친구라고 합니다.
제품 설명에 따르면 맥주의 맥아 맛을 내는 스페셜티 몰트의
견과류, 카라멜, 건과일의 풍미가 기본적으로 깔리면서
스타우트의 주된 맛인 흑맥아 + 직접 넣은 커피의 시너지로
마치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코코넛이라는 부재료의 사용으로 복합적으로 설계된 맥주입니다.
5년 전쯤에 서래마을의 펍에서 마셔본 이후로는 오랜만인데,
캔 제품으로 만나게되니 나름 반갑게 느껴지는 LOBO 입니다.
빽빽한 검은색에 그을린 색상의 갈색 거품이 형성됩니다.
코코넛의 향긋함과 구운 아몬드 등의 견과류 향이
다크 초콜릿과 커피의 향과 어울러져서 나타납니다.
카라멜이나 초콜릿과 같은 단 내가 있는 것은 포착되나
향긋하고 고소한 향이 더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탄산기는 거의 없었기에 무디게 다가왔지만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탄산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질감에서는 진득함과 매끄러움이 느껴졌으며
무게감 또한 적당히 육중한 편으로 왔기 때문에
빠르게 시음할 타입의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맥아적인 단 맛은 카라멜, 초콜릿, 붉은 건과일류로
초콜릿, 커피 등등의 맛은 LOBO 에서 전방위로 나오기에
금방 익숙해지며 그나마 튄다면 붉은 건과일류가 있습니다.
맛에서도 적당한 코코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지며
상대적으로 터프한 탄 맛은 적고 디저트스러움이 돋보입니다.
탄 맛이나 홉에서 오는 쓴 맛 등은 딱히 부각되는 편은 아니지만
붉은 건과일류 캐릭터와 함께 약간의 알싸한 맛이 찾아오는데,
마치 벨기에식 쿼드루펠을 마신 것 마냥 알싸한 맛으로 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를 순 있지만 어떻게 이야기하면 벨기에식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유사했던 면모가 보였던 맥주였으며,
어떤 면에서는 이것을 알코올의 맛이나 풋사과 맛으로도 보여지는데,
좋게 받아들인다면 컨셉상 꽤 단 맛으로 진행되어 물릴 타입이긴하나,
후반부에 쓴 맛도 없는 가운데 나타나는 알싸함이 있었기 때문에
단 맛으로부터 주위가 분산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예전에 마셨던 LOBO 와는 세월 탓인지 입맛이 변한 탓인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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