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소재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고릴라에서는
어찌보면 양조장 입장에서 궁극의 맥주라고 볼 수 있는
배럴 컬랙션 시리즈를 작년부터 반 년에 한 번 주기로 내고있고,
오늘 시음할 '낫 댓 스파이시 사우어' 는 올해 봄에 출시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배럴 컬랙션 시리즈 맥주들의 공통점이라면
와인 배럴과 연관, 사워 맥주, 콜라보 대상이 있다는 부분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고릴라 양조장의 맥주들 -
고릴라 브루잉 팝시클 IPA - 6.6% - 2021.03.04
고릴라 x 비어룸 홉 밤 - 8.5% - 2021.06.24
고릴라 ESB - 5.4% - 2021.09.10
고릴라 브루잉 위헤비 버번BA - 10.1% - 2021.11.24
고릴라 브루잉 패션 프로젝트 - 3.0% - 2022.08.10
배럴 컬랙션의 두 번째 출시 제품인 '낫 댓 스파이시 사우어' 는
서울의 미쉘린 원스타 레스토랑 에빗(Evett)과 협업한 것으로,
고릴라 양조장에서 만든 사워 맥주를 기반으로
쿰쿰/퀴퀴함을 자아내는 브렛(Brett) 효모로 추가발효 후,
6개의 레드 와인 배럴과 2개의 샤르도네 화이트와인 배럴에 숙성,
그리고 국내산 고춧가루를 더해서 숙성하여 완성했다고 합니다.
고춧가루의 이미지 때문에 매운맛 맥주일거라 누구나 예상하지만
맥주 이름에서도 그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그렇게 맵고 시지 않고,
기분 좋은 상쾌과 적당한 산미 등을 느낄 수 있을거라 이야기하는군요.
색상은 금색이며 맑은 외관에 거품 소멸속도는 빠릅니다.
거품 소멸 속도가 빠른 것이 Sour 맥주에서는 흠은 아닙니다.
자두, 포도 등과 함께 약간의 치즈나 나무와 같은 향도 있었고,
의식적으로 살짝 매콤한 향도 나지만 고춧가루로 연관되진 않습니다.
배럴 에이징된 Sour 맥주의 향도 있지만 뭔가 음식같은 면모도 있네요.
탄산기는 적당한 편으로 은근한 청량감이 동반되었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산뜻한 맥주여서 마시기 편했고
특별히 진득하거나 무거운 물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맥아에서 기인하는 단 맛은 거의 없이 깔끔하고 말끔합니다.
개운하고 청명한 바탕에서 레몬, 식초 등의 산미가 올라왔고
산미의 정도는 아주 강하진 않아서 감미로운 정도의 산미입니다.
배럴의 흔적인 나무 맛이 있지만 지나치게 쿰쿰,퀴퀴하진 않고
어딘가 모를 어색하지만 원인을 알 것 같은 맵고 시원한 맛이 있는데,
이 부분이 뭔가 감칠맛을 더해주는 인상을 받아서 음식을 땡기게 하네요.
아무래도 블로그에 시음기를 쓸 때는 안주 없이 맥주만 마시는 터라
지금 앞에 준비된 음식은 없지만, 이 부분은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과
협업을 한 효과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맥주 자체 완성도도 좋네요.
고춧가루가 들어간 와인 배럴에 숙성된 Sour 맥주라면
컨셉부터가 꽤 자극적일 것 같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결과는 이름과 같이 그다지 사워&스파이시하진 않더군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