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수제맥주 양조장인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비정기적으로 나무통에 숙성된
배럴 에이징(Barrel Aging) 맥주들을 출시하곤 합니다.
맥주가 서양의 주류이기 때문에 배럴 에이징이 될 때도
서양의 주류인 위스키, 와인을 담구었던 통에 들어가거나,
바로 얼마전에 소개한 브루클린 양조장의 팔랑케처럼
멕시코의 증류주인 메스칼이나 데낄라에 담기도 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플레이그라운드 양조장의 맥주들 -
플레이그라운드 黑白 - 10.0% - 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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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서양 주류를 담은 배럴에 숙성하는게 일반적이었다면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한국 주류를 담은 배럴 에이징을 시도했고,
일품진로 소주 20년산을 담았던 참나무통을 공수하여
약 16개월가량 숙성시켜 완성시킨 제품이라고 합니다.
배럴 에이징 중에 복분자를 첨가하여 풍미를 더했으며,
증류소주 배럴 에이징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제품이죠.
한정판 제품이고 패키징이나 용량, 컨셉 등등에서
가격은 당연히 만만한 수준은 아닌 3만원대 입니다.
허나 평소 배럴 에이징 맥주 가격 형성 수준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병에 3만원이라는 부분 때문에 놀라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복분자 색상에 가까운 자주빛을 띄고 있었으며
일반적인 맥주재료로는 형성할 수 없는 색상입니다.
복분자, 딸기, 바닐라, 카라멜과 같은 달고 새콤한 향에
사실 전통 소주가 엄청나게 향에서 강하다는 인상은 없고
배럴에이징과 첨가된 과일에서 나는 향이 더 위주였습니다.
탄산기는 보통 수준으로 특별히 많지도 적지도 않게 왔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벼움과 중간의 사이에 놓였기에
적당히 진득한 라거 맥주를 마시는 듯 가볍게 다가옵니다.
생각해보면 소주의 점성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봅니다.
맥아적인 단 맛이 뚜렷하게 남는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복분자에서 오는 달콤 새콤함이 약간의 배럴에서 온
바닐라 풍미와 결합하면 살짝 라즈베리 케이크같은 단 맛을 주며,
달고 새콤한 맛이 지나가면 배럴의 나무 풍미와 함께
은근한 이색적인 알코올 풍미가 있는데 소주라고 생각되며,
특별히 쓰거나 텁텁함은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편입니다.
약간의 고소한 곡물류의 맛이 남는 정도가 끝 맛이었네요.
마시기 전에는 상당히 빡센 맥주일거라 생각했었지만
마시고 나면 예상보다는 편하고 간결한 맛의 맥주인데,
복분자가 사실상 맛의 주인공이었고 복분자가 없었다면
의외로 소주 배럴 에이징의 향미는 밋밋하게 왔을 것 같습니다.
큰 결함이나 역한 맛 등은 없고 마시기 나쁘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컨셉이나 가격 등을 감안하면 이것보다는 뭔가 더
파워풀한 풍미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뭔가 허전하다는 기분을 받을 수는 있을 거라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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