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맥파이(Magpie) 브루잉이지만,
시작은 10평 남짓의 경리단길 작은 맥주집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페일 에일(PA)이나 IPA 등의 미국식 수제맥주 타입은
편의점이나 동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에서 쉽게 마실 수 있지만,
맥파이가 영업을 시작한 2012년 4월만 하더라도
PA/IPA 타입은 이태원/경리단이나 홍대에 위치한 극소수의
선구자적인 맥주 펍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맥주였습니다.
애당초 당시 국내에서 PA/IPA 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경리단길의 작은 맥주집에서 위탁으로 제조한 PA 이 나왔다하니
(기성 양조장에서 나온 페일 에일은 적지만 몇몇 있었음 예. 앨리캣)
소수의 국내 맥주 얼리어답터들 + 크래프트 맥주를 아는 재한외국인들이
경리단 맥파이를 방문하여 인종이 뒤섞인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했고,
점점 경리단길이 핫한 거리가 되면서 맥파이도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맥파이 양조장의 맥주들 -
맥파이 겨울산행 - 5.0% - 2021.02.14
맥파이 봄마실 - 4.0% - 2021.04.07
맥파이 여름회동 - 6.0% - 2021.07.28
맥파이 가을가득 - 5.5% - 2021.10.04
맥파이 겨울방학 - 7.2% - 2022.01.07
당시 가평의 카브루를 통해 위탁양조로 첫 선을 보인
맥파이의 맥주는 페일 에일로, 맥파이의 첫 출시 맥주입니다.
현재는 국내에 양조장 제품으로도 차고 넘치는 것이 페일 에일이나,
2012년에 나온 적당한 열대과일/시트러스 미국 홉 향미가 가미된
약간 씁쓸한 페일 에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국내에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맥파이가 제주도에 자체 양조장을 건설한 이후로는
맥파이의 양조장에서 생산되어지는 사라지지 않은 현역맥주입니다.
(맥파이 이전, 국내 페일 에일이 소수 있었으나 현재는 제품이 사라짐)
SNS 를 보다가 맥파이에서 2022년 4월이 10주년이라 해서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시음하게된 맥주로 본인 또한
10년 전 맥파이를 자주 출몰하던 얼리어답터였습니다.
색상은 살짝 탁하지만 뿌옇지는 않은 밝은 호박색입니다.
오렌지, 감귤 등의 정겨운 예전 미국 홉들에서 나는
과일잼과 같은 단 내와 약간의 풀 내음이 풍깁니다.
탄산감은 특별히 많지도 적지도 않아 무난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도
펍에서 편하게 마시는 대중맥주 페일 에일인만큼
미디움-라이트 바디로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과일잼이나 시럽과 같은 단 맛 뉘앙스는 있었지만
물리는 단 맛으로 가지는 않고 나름 개운했었는데,
확실히 약 10여년 쯤 많이 팔리던 페일 에일의 풍미군요.
홉의 맛 또한 오렌지, 감귤 느낌과 솔과 흙 등의
새콤함과 씁쓸함, 상쾌함 등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쓴 맛의 여운이 마시고 나서 남는 편이라
쓴 맛에 취약하다면 살짝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런 맛을 즐긴사람이라면 뒤에 남는 쓴 맛 때문에
'페일 에일이면 응당 이 정도 씁쓸함은 있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고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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