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안동맥주는 베르데 필스너를 출시했습니다.
애호가들이 다들 강렬한 IPA 만 선호하는 것이 아닌
시원하면서 가볍고 산뜻한 맥주도 즐기기 때문에
필스너 라거를 만들었지만 좀 더 크래프트 맥주스러운
필스너를 만들고자 '이탈리안 필스너' 타입을 기획했습니다.
이탈리안 필스너는 아직 정식 맥주 스타일이라기에는
그 범용성이 넓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이탈리아 필스너 관해서는 이글을 참고하세요.
- 블로그에 리뷰된 안동맥주 양조장의 맥주 -
안동맥주 캣 인 블랙 - 6.9% - 2021.05.17
안동맥주 오드 아이 - 4.5% - 2021.10.28
이탈리안 필스너 뿐만 아니라, 그 모태가 되는 타입인
독일이나 체코의 중부 유럽 필스너 맥주들에 쓰이는 홉은
당연히 그 지역에서 나는 독일/체코 홉들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미국 품종의 홉을 사용하는 미국식 IPA 에서는
특정 미국 홉 특유의 열대과일, 시트러스 풍미가 뚜렷하나
독일/체코 홉들은 그와 달리 풀, 허브, 꽃 느낌이 강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미국 IPA 는 에일이고 필스너는 라거라서
풍미에 있어 둘의 가장 큰 차이가 발효 효모라 볼 순 있지만,
효모만큼 그들의 차이를 벌리는 재료가 홉(Hop)의 풍미입니다.
아무튼 안동맥주에서 베르데 필스의 이미지 사진을 숲에서 찍은 것은
독일 홉의 풀,허브,꽃을 간접표현하려던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꽤 맑은 편에 뚜렷한 황금색이라 '필스너' 다웠습니다.
레몬, 풀, 허브 등등의 약간의 찌릿한 새콤함과 동시에
식물에서 오는 상쾌함과 아늑한 톤의 향이 나와줍니다.
탄산기는 과하지 않게 적당해서 지나친 청량함은 없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순하고 매끄러운 편이어서
물 같은 연함은 아니라도 마시기 편한 성질을 보입니다.
맥아적인 단 맛은 거의 없이 깔끔하고 개운한 바탕에
뒤에 남는 맛도 아주 약간의 씁쓸한 기운만 줍니다.
레몬처럼 새콤함이 적당하게 포진한 가운데,
풀, 허브, 꽃 느낌의 홉 맛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홉의 맛은 지나치지 않지만 입 안에 분명하게 남아
맹한 라거 맥주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래식한 유럽 필스너들에 비해서는 새콤함이 더 있고,
홉의 개성도 쓴 맛에서는 초점이 덜 맞춰져 있는 느낌입니다.
지나치게 쓰고, 향나고, 단 맥주가 아니라서 적당히 개성있는
금빛 필스너 라거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