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어느백화점 본점의 '세계맥주 전문관 개장' 에
관련된 기사를 읽고, 오늘 지나던 길에 들려보았습니다.
신문기사에서 밝혔듯 5평남짓 공간엔
초창기라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는 않다는 설명을 들어
대형마트보다 종류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전혀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맥주 전문관이라는 곳에서 조차도
'KGB 맥주' 라고 가격표시를 해 놓은 것을 보고나선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는데.. KGB는 맥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이외에도 후치, MG, 보드카 크루저들도 세계맥주란에 있었는데,
세계맥주 '전문' 이란 것에 의구심이 들게 하더군요.
이같은 오해는 꼭 해당 백화점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위는 한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행사관련 전단지입니다.
전단에는 11개의 제품들이 소개되어지고 있는데,
저들가운데 진짜 맥주인 제품은 딱 한가지 입니다.
정 가운데에 위치한 무스헤드(Moosehead)이죠.
정말 극단적인 몰이해를 보여준 전단광고입니다.
KGB, 머드쉐이크, 후치, 스미노프 ICE 등은 'RTD' 로 분류되는 제품인데,
Ready To Drink 의 약자로 알콜주류와 청량음료나 주스등이
미리 혼합되어 바로 마실수 있게 준비된 제품들입니다.
칵테일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레시피에 맞추어 술과 음료를 섞어 내어줍니다.
반면 RTD 는 이미 준비되어져 있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는데, Ready to drink 가 그런 의미입니다.
RTD 들은 친절하게도 어떤 술이 주 재료가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보드카 크루저, KGB 보드카, 보드카 머드쉐이크등은
기타주류 혹은 혼합주로 후면 제품설명라벨에 기록되어있고,
후치, MG 등은 과일주로 후면태그에 설명되고 있습니다.
맥주는 맥아, 홉, 물, 효모등 기본재료만 갖추면 맥주라 불릴 수 있고,
부가적으로 밀, 쌀, 옥수수, 코리엔더(고수), 꿀, 초컬릿, 체리등등
어떤재료가 첨가되어도 기본 4원료 바탕만 있으면 맥주입니다.
물론 맥주순수령이 엄격한 독일에선 4원료 + 밀만 고집하지만요.
쉐퍼호퍼의 그레이프 후르츠나 헤페바이젠 자몽같은 경우엔
4가지 기본재료 바탕에 주스를 첨가한 방식이니
RTD 에 가까움에도 맥주라고 불릴 수 있지만,
그 이외의 RTD 들의 성분을 살피면 홉, 맥아등은 찾을 수 없습니다.
주류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미 RTD 가
맥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겠지만,
다수분들은 RTD에 분명 Vodka 라고 써져있는데
주위에서 맥주라고하니 긴가민가하다가,
마트에서도 맥주라고하고, 또 맥주들과 나란히 한 코너에 있고,
그리고 세계맥주 전문점등에서도 RTD가 맥주랑 함께 있으면서,
위에 이미지처럼 맥주 판매수량 순위에도 포함되니
'아 ! 이건 맥주였구나 ! ' 하는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되고,
제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관습처럼 사람들에게 퍼져
하다못해 맥주이름대기 놀이를 해도 KGB, 머드쉐이크가 나오며,
심지어는 판매자들조차 맥주로 받아들여 손님들에게 알려줍니다.
RTD 는 스스로 럼, 보드카, 데낄라 바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최근들어 사람들이 맥주구입하러
자주 방문하는 대형마트등에서는 RTD 에 관한 정보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거나, 따로 칸을 마련하는 노력이 있더군요.
특히 제가 방문했던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맥주코너엔
RTD 종류들이 맥주들과 다른칸에 구분지어 놓여졌었습니다.
올해들어서 수입맥주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고,
제가 체감하기에도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가(다양한 스타일은 아닌..)
한국 수입맥주시장에 출시되는 것을 느끼는데,
수입맥주시장을 발전시키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종류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단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게 선행되어야합니다.
- 이미지 출처 : T군님의 블로그, 뽐뿌, 막판님의 블로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