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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오신 분들께

흑맥주라는 표현 애매합니다잉 ~

by 살찐돼지 2012. 2. 18.
● 색상이 까매서 흑맥주라 부르는데 뭐가 애매?

흑염소, 흑돼지, 흑마늘 전부 검은 색상때문에 앞에 흑(黑)이 붙고 있어요 ~
그래서 흑맥주 또한 저들과 마찬가지로 흑맥주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

사실 흑맥주라는 표현 틀린표현은 아니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고 있어요 ~
하지만 맥주를 알면 알아 갈수록 흑맥주란 말을 계속 쓰면 참 애매한 상황이 많아집니다 ~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볼께요~


● 쓰고, 텁텁하고, 강해서 부담스러운 맥주 흑맥주?

아마 일반적인 시민들이 흑맥주에 대해서 견지하고 있는 생각이 위와 같을거예요~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순 없지만, 흑맥주들이 다 강하고 쓰면서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

2012년 2월 현재 한국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검은색 맥주들 가운데,
레페 브라운(Leffe Brown)이란 제품이 있어요. 이름은 브라운인데 사람들은 흑맥주래요~

벨기에 출신 레페 브라운은 6.5%의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편의 도수인데, 마셔본 사람들의 평들은
'도수 때문에 술 맛이 나긴 하나 단 맛이 많이 느껴지며 쓴 맛은 찾기 힘들다' 입니다~

또 다른 친구로는 체코출신의 코젤 다크(Kozel Dark)가 있습니다 ~
체코 여행 다녀오신 분들이 이름은 기억못해도 염소랑 큰 머그잔의 흑맥주로 기억하는 녀석이예요~

코젤 다크는 도수가 3.8% 밖에 안됩니다 ~ 쓴 맛은 살짝 있는데 매우 부드럽고 순한 풍미를 지녔어요~
별명이 Lady's Beer 입니다. 이거 커피같은 씁쓸함도 있는데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약합니다 ~
요거 쓰다고 못 마시면 아메리카노도 못 마시는 거예요 ~ 맥주에 시럽 넣으세요 ~

물론 사람들이 한약같다고 표현하는 기네스 스타우트나,
강렬한 씁쓸함이 있는 쿠퍼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도 있지만
그건 스타우트(Stout)라는 스타일의 맥주가 원래 그런겁니다 ~ 

우리가 쉽게 '흑맥주' 라고 부르는 맥주들도 스타일에 따라
커피 맛, 초컬릿 맛, 카라멜 맛, 건포도 맛 등등을 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식할 정도로 우직하게 탄 맛 쓴 맛만 내는 녀석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 


● 엄마 저기 미국사람이다 !
  
어린이들은 백인이 지나가면 그냥 미국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러시아인, 프랑스인, 독일인 관계없이 미국사람이 되어버립니다 ~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동양인을 보면 아 유 중국인? 일본인? 까지,
한국인? 물어보는 사람은 드물며, 우리가 먼저 코리안 할 때 많아요~

'나 중국인 아닌데.. 한국 사람인데..' 처럼 만약 맥주가 감정을 느낀다면 
'나 흑맥주 아닌데.. 난 영국출신 올드 에일' 인데 할 겁니다~

까매서 흑맥주라지만 실제로 투명 글라스에 따르고보면 어두운정도의 색상이 많으며,
특히 글라스를 들어 밑에서 올려다보면 갈색, 고동색 등을 띄는 친구도 다수입니다 ~
물론 정말 새까만 맥주들도 있기는 합니다 ~

발리 와인, 올드 에일, 두벨(Dubbel), 복(Bock) , 알트비어, 포터 할 것 없이
그저 한국에선 흑맥주일 뿐입니다~ 어떤 맛을 가졌든 흑맥주예요 ~

독일의 복(Bock)같은 경우는 일반 맥주보다 강한 스타일의 맥주인데,
한국에 수입 되었었던, 또 현재 수입되고있는 복(Bock)들이
검은색을 띄는 친구들인지라 복(Bock)도 흑맥주가 되어버렸어요 ~
그럼 밀맥주 복(Weizen Bock)인 바이엔슈테판 비투스는 어떻게 되죠 ?


● 흑맥주는 부담스럽다는 편견이 만든 편중현상  

하이트, 카스, 카스 라이트, 드라이 피니쉬 D, 오비 골든 라거,
카프리, 레드 락,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맥스, 스타우트 등의 11종의
국산 맥주들 중에서 검은 색을 가진 맥주는 "스타우트" 하나입니다~ 
일반 라거맥주와 흑맥주의 비율은 11:1 입니다~

파울라너 헤페, 에어딩어, 마이젤(셀), 슈나이더, 바이헨슈테판, 툭허,
아르코 브로이, 쾨니히 루트비히, 크롬바허 바이젠, 호프브로이 바이젠,
외팅어 헤페, 카이저 돔, 발렌틴스 등은 현재 한국에 있는 헤페-바이젠들로,

본국인 독일에는 모두 '둔켈 바이젠', 즉 검은 밀맥주 버전이 있는 제품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둔켈 바이젠과 헤페가 함께 마트에 출시된 맥주는 바이헨슈테판, 에어딩어입니다~
아예 둔켈 바이젠은 수입이 안되거나, 몇몇 제품들은 음지(?)에서 진출하기만을 대기하는 상태죠~

여기에다가 5.0 오리지날, 윌리안 브로이등의 저가 바이젠도 더해지면
헤페바이젠과 둔켈바이젠의 비율은 15:2 입니다~

뭐, 바이젠에서 헤페바이젠의 오리지날리티가 강한 면모도 있지만..
수입사측에서 흑맥주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서 잘 안 마신다는 판단도 있을거고,
사람들이 흑맥주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흑맥주에 대한 인식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처음 흑맥주를 접할 때, '레페 브라운' 이나 '쾨니히 루트비히 둔켈(라거)', 둔켈 바이젠류를 접했다면
흑맥주가 쓰고 부담스런 맥주라는 인식보다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맥주로 인식되었을 수 도 있었을테죠...


● 맥주를 알아간다면 흑맥주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해보자 ~

평소에 맥주에 관심이 많아서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오늘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뭔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습니다 ~
위의 내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것만 이해하면 글을 다 읽은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거듭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쓰는 '흑맥주' 라는 표현, 틀리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모든 백인을 미국사람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모든 검은맥주를
흑맥주라는 표현아래 뭉개버렸을때, 맥주를 알아가는데 장애요소가 됩니다 ~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흑맥주의 표현인 Black Beer, Dark Beer 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색상에 관한 분류일 뿐, 스타일에 관한 분류는 아닙니다 ~

맥주의 스타일이 우리가 즐겨먹는 금빛의 맥주/흑맥주로 양분되는게 아니에요 ~ 
혹여 색깔로 맥주를 나눈다고 해도 검정/금색/노란색/적색/갈색 등으로 나뉘어요 ~

그럼 흑맥주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흑맥주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하느냐?
수 많은 맥주 스타일을 공부하고 마셔야 하느냐? 아닙니다 ~ 그럴 필요 없습니다 ~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들을 접해보고 취향에 맞는 것을 찾으면 되는겁니다 ~
  
그렇다면 어느 순간 맥주에 눈을 뜨는 날이 있을 겁니다 ~ 저도 그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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