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양조라는 공정은 매우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숙련된 기술자라 할 지라도 타성에 젖어 매 번 같은 행위만 반복하면,
시대는 변하고 기계는 낡아지기에 퇴보로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맥주 스타일들 가운데서 섬세함이 필요하지 않은 맥주가 없을리 없겠으나,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섬세한 스타일로,
맥주 장비적, 공정적인 하드웨어도 중요하겠지만 시장의 흐름과
양조사의 시음 경험 등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센스도 매우 중요한 타입입니다.
그래서 맥주 시장에서 동일한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이라도 가격격차가 큰데,
어떤 제품은 한 병/캔 3,000원대이나 어떤 제품은 3~4만원 하기도 합니다.
3~4만원을 한 캔에 지불하면서 마시는 사람들은 그 양조장의
섬세함에 대한 신뢰와 호기심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마신다고 생각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태평 양조의 맥주 -
태평양조 태평화이트 - 5.2% - 2024.03.30
태평양조 멕시칸칠리사우어 - 5.4% - 2024.07.04
태평양조 와일드가든 청수 - 6.0% - 2024.12.13
태평양조는 기본의 뉴잉글랜드 IPA 를 만드는 정석적인 지식과
이론, 규범 등에서 벗어나 실험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맥주라는 것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적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려 애썼다고 합니다.
양조를 끝내고 하늘을 보니 아름다운 광경에 마음을 빼앗겨
사진을 찍으려 잠시 다녀오니 이미 그 광경이 사라져버린 경험으로,
찰나의 순간에 맥주의 결과물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디테일을 신경쓰는 맥주였다는 의미에서 찰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살짝 짙은 금색에 매우 뿌옇고 탁한 외관을 보여줍니다.
쏘는 듯한 파인애플, 패션 푸르츠, 파파야 등의 향이 있고,
풀때기나 펠릿 홉 같은 쌉싸름 한 향이 다소 나타나긴하나
개인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Spicy 향 쪽 측면이라 보았으며,
오렌지 주스와 같은 달콤한 향도 밑에 깔려있었습니다.
탄산기는 보통으로 무디지도 많지도 않게 설정되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에서 무거움으로 향하는 경향으로
적당히 매끄러우면서 실키한 측면을 지닌 제품입니다.
효모에서 나오는 약간의 단과일 발효맛이 느껴졌으며,
물리거나 질척이는 다른 단맛이 뚜렷한 제품은 아니어서
어느정도 체급이 있는 뉴잉임에도 말끔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홉에서 나오는 맛들은 향에서도 언급했던 열대과일들이며,
풀파워로 팡팡터지기보다는 기분좋게 드러나는 정도였고,
쓴맛이나 떫음, 매움 등등 없이 끝은 개운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홉에 익숙해지면 약간의 귀리나 밀류의 고소함이 희미하게 남네요.
아무튼 겁먹을 것, 부담가질 것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던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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