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편의점 콜라보 맥주가 성행했고,
현재도 외주제작 맥주들이 리조트나 프랜차이즈에서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매장에 판매할 맥주가 필요하지만 맥주를 모르는 사람들이 의뢰하는
일반적인 상황은 맥주 스타일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의뢰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우리 맥주가 나왔다는 자체가 중요하지 내용물은 뭐든 가벼우면 됨' 이정도 선입니다.
따라서 양조장에 의뢰할 때 "라거요", "에일이요" 이렇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양조장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어떤 에일이요?" 라고 물으면 내용이 진행이 안됩니다.
페일 에일인지, IPA 인지, 밀맥주인지, 스타우트인지 벨지안인지... 모두 다 에일인데...
의뢰하는 사람이 맥주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특별한 맥주가 상호간 나오기는 어렵고
사실상 양조장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맥주를 살짝 변화만 주는 형식으로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칠홉스 양조장의 맥주들 -
칠홉스 DDH IPA - 7.2% - 2021.04.11
칠홉스 비 더 레드 - 5.6% - 2021.08.01
칠홉스 피지 디지 - 7.7% - 2022.01.03
칠홉스 더티 플레이 - 6.6% - 2022.08.22
칠홉스 힙스터 라거 - 5.5% - 2022.11.27
칠홉스 리파 - 10.8% - 2023.03.16
칠홉스 그데이 메이트 - 4.4% - 2023.05.31
칠홉스 스핀 더 레코드 - 6.8% - 2024.09.22
최근 1년간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종종 발견되는
OEM 혹은 협업으로 출시되는 맥주들이 보이는 기조가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맥주를 모르는 사람이 진행하는 값싼 의뢰 맥주가 아닌,
평소 수제맥주 펍이나 바틀샵을 운영하는 대표님들과의 협업이라는 부분으로,
칠홉스(Chillhops) 양조장은 부산에 위치한 Beer Shop 과 협업하여,
펍 에일(Pub Ale)의 일환으로 잉글리쉬 페일 에일을 제작하였습니다.
애당초 펍 에일이라는 개념과 잉글리쉬 전통 에일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맥주 스타일에 대한 상호간 높은 이해도와 그로 인한 합의로 진행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봤을 때 꽤 영혼있는 콜라보레이션 맥주라고 생각이 됩니다.
탁한 외관에 색상은 예상보다는 밝았던 금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영국 계열 홉이라 예상되는 찻잎, 꽃, 나무 등등의 향에
효모에서 나오는 붉은 과일류의 발효 향이 남아있었고,
연한색 과일 시럽류와 같은 향도 캐치할 수 있었습니다.
탄산감은 거의 없이 무딘 편으로 다가왔습니다.
잉글리쉬 페일 에일이니 의도적이고 자연스런 결과로 보고,
질감이나 무게감도 가벼움과 중간의 사이에 놓여있다 봅니다.
맥아에서 나오는 단맛은 희미한 수준으로 밝은색 과일즙 같았고,
홉에서 나오는 풀, 나무, 꽃, 흙 등의 느낌이 가장 주를 이루는 맛입니다.
효모에서 나오는 농익은 과일 단맛이 중후반부더는 슬며시 여운을 줍니다.
쓴맛은 거의 없었고 끝부분은 떨떠름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잉글리쉬 골든 에일에 사실상 더 가깝다고 보았던 맥주였지만,
홉의 느낌이 좀 더 차분하고 맥주 성질 자체가 안정적인 느낌이라
잉글리쉬 골든 에일과 잉글리쉬 페일 에일 중간에 놓인 맥주같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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