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맥주들은 명확히 맥주 스타일 가이드라인에 입각하여
규격에서 벗어나지 않기위한 노력이 수반되었겠으나,
또 어떤 맥주들은 맥주 스타일의 테두리에 굳이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맥주의 해석을 동반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오늘 시음하는 스페인에 소재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라 사그라(La Sagra)에서 만든 크리올라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라 사그라(La Sagra) 양조장의 맥주들 -
La Sagra Blanca de Trigo (라 사그라 블랑카 데 트리고) - 5.2% - 2017.04.09
La Sagra Bohío (라 사그라 보히오) - 10.4% - 2017.09.01
La Sagra Summer Ale (라 사그라 섬머 에일) - 4.5% - 2018.02.11
La Sagra Suxinsu (라 사그라 수친수) - 9.1% - 2018.06.23
La Sagra Invierno Miel Y Anís (라 사그라 인이에르노 미엘 이 아니스) - 6.4% - 2020.02.12
Cerveza Roja, 영어로하면 Beer Red 이기에
조금만 해석하면 붉은 계통의 맥주임을 알 수 있지만,
붉은 색을 띄는 맥주 타입이 워낙 많은 편이긴 합니다.
La Sagra 에서 이르길 해당 맥주는 유럽의 맥아와
미국의 홉의 퓨전과 콤비네이션으로 이뤄진 맥주로,
맥주 스타일의 출신과 조합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굳이 가장 가까운 맥주 스타일을 꼽으라면
아메리칸 엠버 에일 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고,
Untappd 와 같은 사이트도 이를 아메리칸 엠버로 분류했으나,
정작 La Sagra 에서는 이 제품을 국제대회에 출품했을때,
아이리쉬 레드(Irish Red) 스타일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맥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색상은 호박(Amber)에서 갈색에 걸치며 탁한 편입니다.
토스트&카라멜 맥아(Malt) 계통에서 오는 따뜻하고
포근한 향들이 위주가 되는데 비스킷, 토스트, 토피,
카라멜 등등의 향이 가장 우선적으로 다가왔으며,
홉의 향은 찌르는듯한 감귤이나 열대과일쪽 보다는
풀이나 흙, 나무 등등의 향으로 다가오는 편입니다.
탄산기는 보통으로 적당한 청량감을 선사해주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6.1%의 알코올 도수 맥주 치고는
나름 가라앉고 차분하고 진득해서 지금 계절에 어울립니다.
맥아적인 단맛이 뚜렷하게 초반부터 느껴지는 편입니다.
향에서도 언급한 카라멜, 토피, 견과 등등이 있었으며,
단맛은 마시고 난 후에도 은근하게 유지가 되다가
이후 끝으로가면 깔끔하게 사라져주는 편이라
맥아적 성향과 시음성을 모두 적당히 챙긴 제품같군요.
홉의 맛은 연한 정도의 감귤과 풀, 흙 등의 느낌으로 왔고,
미국의 엠버에일의 홉 맛과 결은 비슷하게 다가왔지만
홉의 맛 자체는 다소 잔잔하게 나타나는 편이었기 때문에,
홉과 맥아의 힘겨루기에서 맥아가 더 우세하다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Irish Red 로 여길 수도 있겠네요.
특히 고소하고 살짝 달작지근한 맥아의 영향력이 분명하기에
홉의 성향(Hoppy)을 살포시 얹은 Irish Red 의 느낌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도수대의 맥주들이 지니는
맥아적(Malty) 성향이 위주가 되는 맥주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페인의 맥주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주관적인 취향상으로는 꽤 부합하는 맥주가 되어주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