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회사 AB-InBev 소속이라
도수가 높은 벨기에 에일임에도 불구하고
마트나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가장 보편적인 벨기에 에일인 레페(Leffe)로
사람들에게는 블론드와 브라운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레페 맥주에 관련된 제 블로그의 기록을 보더라도
블론드와 브라운 이외에도 여러 벨기에 스타일을 다루며,
특히 로얄(Royale) 시리즈는 그들의 궁극의 맥주 포지션으로
특별한 컨셉의 빈티지 맥주들이 로얄시리즈에 포함됩니다.
레페(Leffe)라는 브랜드에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던
벨지안 IPA 타입인 Leffe Cascade IPA 도 로얄 소속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레페(Leffe) 브랜드의 맥주들 -
Leffe Blonde (레페 블론드) - 6.6% - 2009.07.28
Leffe Brune (레페 브라운:브륀) - 6.5% - 2009.11.23
Leffe Radieuse (레페 하디어스) - 8.2% - 2010.08.16
Leffe Tripel (레페 트리펠) - 8.5% - 2010.10.20
Leffe De Noël (레페 드 노엘) - 6.6% -2013.08.05
Leffe 9° (레페 9°) - 9.0% - 2013.11.05
오늘 시음하는 레페 로얄의 Whitbread Golding 은
벨기에 대표 홉 경작지인 Poperinge 지역에서 재배된
홉을 가미하여 독특한 풍미를 유발한 제품입니다.
Whitbread Golding 은 영국 출신의 홉입니다.
1900년대 초 개발된 홉으로, 당대 영국에서 이름난
양조장인 Whitbread Brewery 에서 해당 홉을 재배한
농장을 인수하면서 홉의 명칭도 양조장 이름을 따라갔고,
정작 양조장은 훗날 Interbrew 에 인수된 후
맥주 양조 사업을 접는 운명을 맞이했지만,
홉은 살아남아 여전히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홉은 줄여서 WGV (Whitbread Golding Variety)로 불리며,
맥주 재료를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여전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뭐.. 워낙 영국 홉들이 인기가 없는 탓에 구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애틋한 것이 제가 처음으로 맥주 양조를 취미로
시작했을 때 넣었던 홉으로 해외에서 주문한 WGV 가 있었습니다.
사실 벨기에 전통 에일들이 많은 양은 아니어도 영국 아로마 홉으로
맛과 향을 가미한 제품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컨셉 자체가
위에 설명했던 Leffe Cascade IPA 처럼 아주 파격적이진 않습니다.
그래도 뭔가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제 블로그에 레페(Leffe) 맥주를
6년만에 시음기를 올리는거라 그런지 오늘 맥주가 나름 흥미롭네요.
꽤 맑은 편이라 보았고 적녹색, 구리색에 가깝습니다.
WGV 가 대체되는 홉이 영국 Kent Golding 류이기에
엄청 파워풀한 향을 내는 품종이 애당초 아닙니다.
홉의 향은 나무, 민트, 삼 등등의 식물 향이 강하고
벨기에 효모 출신의 바나나, 정향 등이 겹쳐집니다.
향을 맡으면 맡을수록 사람을 안정되게 하는 느낌이며,
개인적으로 적당히 달면서 중도적인 향이 꽤 좋았습니다.
탄산감이 다소 느껴지나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역시 차분하고 포근한 느낌의
중간 수준이라 맥주 컨셉과 잘 어울러진다 봅니다.
맥아에서 발생한 단 맛은 얇고 길게 깔린 느낌으로
효모의 발효 맛과 결합하여 바나나/사과-시럽 같았습니다.
전반적인 톤은 레페 블론드와 닮아 있었으나
확실히 레페 블론드에 비해서 단 맛은 적어 깔끔했고,
WGV 홉이 적당히 영향력을 발휘해서 군데군데
나무나 허브, 꽃과 같은 느낌으로 양념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살짝 비엔나 맥아스러운 토스트/빵과 같은 맛에
뒷 맛은 약한 씁쓸함과 조금의 알싸한 향신료로 마무리됩니다.
전반적인 맥주의 성질이 포근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가을로 향해가는 시점에 어울리는 맥주를 마신 것 같아 좋았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