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찐돼지의 맥주 에세이

EP.5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 (대기업편)

by 살찐돼지 2023. 9. 8.

(수요미식회 맥주 편)

'한국 맥주가 맛 없다' 는 라는 의견은 정설처럼 굳어져

여러 방송에서도 해당 주제를 다룰만큼 자리잡은 중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의견에 동감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맥주가 맛 없다' 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생각하나

 '한국 맥주가 맛 없다' 를 → '한국 맥주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는가?' 로 바꾸었음 좋겠는데,

지난 에피소드의 글처럼.. 맛있다-맛없다는 결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라 소모전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이미지)

'한국 맥주가 맛 없다' 라는 중론이 생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건은

2012년 11월 이코노미스트지에 영국 기자 다니엘 튜더가 작성한

국내에서는 '한국맥주 북한 대동강 맥주 보다 맛 없다' 라고 알려진 기사에서 촉발되었다.

 

이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가지던 국민들이 외국인 기자의 시선에서

선진국 한국의 맥주가 북한보다 못하다는 글에 공감하였고,

기사가 발표된 2012년 11월 24일 당시는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북한 대동강 맥주와의 비교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 당시 기사글의 원제목은 북한맥주보다 맛없다라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Fiery Food, Boring Beer 가 원제목이다.  화끈한 음식, 지루한 맥주 쯤 될텐데,

해당 기사에 관해서는 추후 또 다룰일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왜 영국기자는 Bad/Poor/Low Quality 가 아닌 Boring 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Top 1 양조장이 어디인지 아는가?

AB-InBev 라고 하며, 해당 명칭은 다소 낯설겠지만 보유한 브랜드를 보면 익숙할 것이다.

 

우선 위에 사진에 나온 버드와이저, 스텔라, 벡스, 호가든, 레페, 중국 하얼빈맥주 등등등 많고

국내에 들어온 시카고 수제맥주 구스 아일랜드와, 한국 맥주하면 빠질 수 없는 OB(카스)도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위와 같은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전 세계 Top 10 안에 들어가는 거대 맥주 그룹은 세계 각지의 대중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의 No.1 인 AB-InBev & SAB Miller 소속만 보더라도 한국의 카스와 같은 맥주들이 많다.

이태리의 페로니, 호주의 포스터스빅토리아 비터, 브라질의 브라마와 스콜, 폴란드의 티스키에,

네덜란드의 그롤쉬, 아르헨티나의 킬메스, 벨기에의 주필러, 멕시코의 코로나와 모델로 등등등이다.

 

AB-InBev 는 2014년에 사모펀드 회사로부터 OB 맥주를 인수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번외로 왜 호가든이 OB 에서 생산되고, 구스 아일랜드 국내 수입을 OB 맥주가 맡는지도 설명된다.

 

AB-InBev 는 대한민국의 OB 뿐 아니라 각국에서 규모 1,2 등하는 대중 맥주 양조장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들과 경쟁하는 대중 양조장들도 AB-InBev 가 아닌 다른 글로벌 대형 맥주 그룹의 소속이거나(예: 하이네켄 그룹),

독자적인 자본의 대기업(예:하이트)이 어설프게 맥주를 만들었다간 거대 공룡 AB-InBev 에 밀리기 쉽상이라 할 수 있다.

 

EP3. 페일 라거 편에서 이야기했듯 당연히 대기업 맥주는 페일 라거 위주의 구성이 될 수 밖에 없고,

페일 라거는 전 세계적에서 가장 평준화, 스탠다드화 된 맥주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맛의 요소를 줄인 맑고 깔끔하며 청량한 타입이라 애시당초 변화를 줄 요소도 극히 적거니와,

특정 국가에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페일 라거가 나왔다면 바로 경쟁하는 공룡기업에게 시장을 내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페일 라거 끼리의 비교나 블라인드 테스트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하는 부분이 이때문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관해서 많이 시달린 사람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것도 나중에 다른 글로 적을 예정이다)

 

AB-InBev 소속의 OB 맥주와, 그의 경쟁사 하이트진로, 후발주자라 풍미가 진한 맥주로 승부수를 건 롯데 클라우드 등을

세계 최고의 페일 라거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유달리 해외 페일 라거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맥주 인재들이 대기업에모여,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아 몇 십년간 방망이 깎듯 페일 라거만 만드는데,

퀄리티가 현격하게 떨어지면 맥주 회사 근무자들은 몇 십년째 단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

 

'한국맥주의 퀄리티가 그렇게 엉망인가?' 에 관한 이야기가 전문가들이 기사로 이미 수십번 언급했고

심지어 대기업 라거맥주와 대척점에 있는 친 수제맥주 성향의 본인 또한 몇 년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지만,

댓글 반응은 이전의 다른 유사글들에도 그랬듯, 개인 입맛이라는 취향싸움의 소모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Bad/Poor/Low Quality 가 아닌 왜 Boring 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경제문화지 기자가 이러한 맥주 산업의 생리를 몰랐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 자신의 글의 논거를 취향이라는 주관적인 영역으로 끌고 가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했지만 해당 기사는 한국맥주의 처참한 맥주 퀄리티를 비판하기 위한 기사도 아니었다.

그럼 그가 말한 Boring 의 의미는 뭘까? 바로 페일 라거만 존재하는 맥주 시장을 뜻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국내 맥주 (대기업)회사들은 여러 제품 개발이나 진한 맛 맥주에 관심이 없다고.

다음 글인 EP.6 의 주제로 다뤄볼 내용이다.

 

맥주가 더 궁금하다면 http://koreabeeracademy.com/ 

 

한국맥주교육원 (한맥원) Korea Beer Academy(KBA)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한국 맥주 교육원 | 수제맥주, 맥주교육, 맥주학원, 홈브루잉, 기업취미맥주학원, 창업과정, 기업단체과정, 맥주역사강의, 맥주시음행사

koreabeeracadem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