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운영중인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가장 시의적절하게 고퀄리티의 계절 맥주를 다루는
업체를 꼽으라면 맥파이(Magpi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 블로그의 맥파이와 관련된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듯,
봄,여름,가을,겨울마다 1-2종 정도의 계절 맥주를 출시했습니다.
맥주계에서 몇몇 맥주 스타일은 특정 시기가 시즌이라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펌킨 에일로 가을 할로윈 시즌의 주인공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맥파이(Magpie) 양조장의 맥주들 -
맥파이 겨울산행 - 5.0% - 2021.02.14
맥파이 봄마실 - 4.0% - 2021.04.07
맥파이 여름회동 - 6.0% - 2021.07.28
맥파이 가을가득 - 5.5% - 2021.10.04
맥파이 겨울방학 - 7.2% - 2022.01.07
맥파이 페일 에일 - 4.8% - 2022.04.13
오늘 시음하는 맥파이 양조장의 '복덩이' 는
독일식 마이복(Maibock)이라는 스타일의 맥주로,
복(Bock)은 독일에서 도수와 풍미가 강화된 타입으로
이미 접해봐서 복(Bock)이라는 타입이 아주 낯설진 않을겁니다.
독일어 마이(Mai)는 영어의 May, 우리말로 5월이라
마이복의 음용시기는 지금과 같은 봄이 가장 적절합니다.
그래서 맥파이 또한 5월이 시작되는 주에 맞춰 공개했으며,
사실 맥파이는 복덩이 마이복을 2017년에 처음 출시했습니다.
시의 적절한 5월 맥주 마이복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마셔봐야 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마셔야 할 이유를 또 하나 추가해본다면
부재료 없이 스탠다드하게 만든 마이복(Maibock)은
국내 수제맥주 / 수입 맥주 통틀어 복덩이 하나입니다.
즉, 나중에 마이복이라는 타입이 궁금해져서 찾아다녀봤자
시즈널 맥주인 복덩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거라는 겁니다.
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엄청 맑지도 않습니다. 짙은 금색을 띕니다.
마이복이 라거 타입이라해도 딱히 맑을 필요가 있나? 봅니다.
사실 옛날에 독일에서 봤던 것들도 엄청 맑은건 드물었기에.
향을 맡을 때 맥아와 홉이 대비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맥아에 집중할 때는 졸인 시럽이나 약간의 토스트와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밝은 맥즙 향 또한 느껴졌습니다.
복(Bock)이 아무리 맥아에 무게추를 두는 타입이라도
마이복은 복 패밀리 중에서 홉에 신경을 쓴 편인데,
그 덕에 복덩이에서도 나무, 풀, 허브 등의 홉 향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홉의 향기가 맥아보다 더 부각되는 느낌이군요.
탄산감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 스무스하게 즐기기 좋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중간 수준의 미디움 바디라서
적당한 안정감과 온화함 매끄러움 등등을 접하게 됩니다.
복(Bock) 패밀리이니 필연적으로 시작하는 맛에서는
밝은색 맥아류에서 오는 단 맛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단 맛의 양상은 시럽, 꿀 류와 같은 인상이었으며
고소한 비스킷, 견과, 빵 류 등도 슬쩍 엮여있었는데,
비엔나/뮈닉/멜라노이딘 계가 얽히고 섥힌 느낌이군요.
단 맛의 정도는 중반까지도 힘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너무 말끔하게 끝나는 헛헛한 몰티(Malty)를 주진 않았고,
그 결과 캔에도 적혀있는 Smooth, Rich 를 지킨 것 같습니다.
반대로 방해요소가 적은 밝은 색 몰티 라거에서 올 수 있는
밝은 맥즙이나 엿기름 같은 느끼한 단 맛도 없는건 좋았습니다.
홉이 차지하는 맛의 영향력은 향과 비교했을 때 다소 낮지만
그래도 듬성듬성 삐져나오는 허브, 꽃, 그린 계통 맛을 줍니다.
후반부로 가면 단 맛도 사라지게는데, 그 때 약간의 씁쓸함은 남네요.
스탠다드한 독일식 마이복에 꽤 근접하게 만든 제품이라 보며,
마이복이라는 스타일의 존재를 책에서만 인식하고 마셔보지 못한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맥파이 복덩이라도 마셔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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